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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수신료 인상과 뒤섞인 미디어렙법… 여당은 날치기, 야당은 수수방관
한나라당의 단독처리로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법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겉보기는 단독처리지만 사실상 여야가 담합해 종합편성채널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나 다름없다. 여당이 완장을 차고 망치를 두드리는 역할을 맡고 야당이 들러리로 법안을 통과시킨 모양새다. 양당 모두 “칼 안 든 강도”, “언론 광고시장의 메뚜기 떼”로 불리는 종합편성채널에 특혜를 줬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짜고 치는 고스톱? 뜬금없는 수신료 인상에 여야 설전=5일 한나라당은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당초 예정에 없던 KBS 수신료 인상 문제를 꺼내놨다. 심재철 의원의 주도로 KBS 지배구조 개선 및 수신료 산정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하기 위한 ‘KBS 공영성 강화 소위 구성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이에 민주통합당 등은 여야 간사 합의도 안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 회의는 밤 10시가 넘도록 정회와 속회를 반복했다.

한나라당은 KBS수신료 인상이 18대 국회에서 처리할 마지막 현안인데다 방송 광고시장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KBS의 공영성 확보를 위해서도 수신료 인상을 위한 최소한의 논의 틀을 만들어 놔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준조세에 해당하는 수신료를 당장 올릴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에 부담만 주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여야는 약속이나 한듯 핵심쟁점이 미디어렙법안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한미 FTA 처리 당시 외교통상위원회 점거 때와 달리 야당은 표결진행도 막지 않았다. 사전 소위를 통해 미디어렙법안 통과에 합의를 해놨기 때문이다. 여전히 민주통합당 내부는 물론 언론시민사회 단체들의 강한 반발이 있었음에도 법안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막아야한다는 명분으로 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의 입장에 상당 부분 합의를 해 준 상태였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KBS수신료 인상 문제을 전체회의에 갑작스레 꺼내놓은 건 미디어렙법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돌려보자는 일종의 연막작전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총선 앞두고 종편 활용? =6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진표 원내대표는 “미디어렙도 한나라당이 단독처리 했다”며 “민주통합당은 방송시장의 약육강식 피하기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차악의 입법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미디어렙법 합의가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전날 문방위 전체회의에서의 여야의 행태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는 거세다.

당초 ‘방송사 미디어렙 소유지분 한도 20% 이내’, ‘1공영1민영’, ‘광고직접 영업 2년 유예’ 등을 민주통합당이 전혀 관철시키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종편에 유리한 법안에 합의를 해줬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합의안 통과가 당장 오는 4월 총선을 의식한 선택이 아니냐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종편들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던 게 민주통합당내부 현실이다. 민주통합당은 총선 이후 의회권력을 회복하게 되면 개정작업에 돌입한다고 약속했지만 미디어렙법 처리 합의와 관련, 민주통합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낙천·낙선 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미디어렙의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한 민주통합당의 책임자들에 대해 낙천ㆍ낙선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잘못된 미디어렙 법안이 비록 문광위를 통과했지만 아직 본회의를 놔두고 있으니 마지막까지 통과된 것은 아니다. 우선 본회의 통과 저지를 위해 여론 확산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본회의 마저 현재 법안으로 통과된다면 총선 때 정책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각 당에 요구할 것이며 이를 유권자 운동과 결부시켜서 이를 받아들이는 정당을 지지해 미디어렙법 폐지 및 개정에 나설 것”이라 설명했다.

소수점 시청률에 불과한 종편을 위해 KBS수신료 인상안을 꺼내놓은 것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다른 상임위 소속 한나라당 현역의원은 “전날 대통령이 물가 잡겠다고 큰소리 쳐놨는데 수신료 1000원씩 인상할 경우 서민물가는 0.1%나 상승하게 돼 있다”라며 “도대체 지도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난했다.

<박정민 기자@wbohe>

boh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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