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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사 내부 ‘도덕불감증’ 심각…금융위 vs 감사원 힘겨루기
감사원 감사 결과 알려진 금융공기업 산하 금융투자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는 꽤 심각하다. 이중삼중의 감시를 받는 공기업 산하 기관이 이 정도니, 대다수 일반 민간 증권회사에서도 비슷한 부정행위가 관행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자평이다. 감사원의 조속한 감사 결과 발표와 금융감독당국의 응당한 조치가 이뤄져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 제63조 1항은 ‘금융투자업자의 임직원이 자기계산으로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는 경우 투자중개업자 중 하나의 회사를 선택해 하나의 계좌를 통해 매매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전 신고된 정해진 계좌로만 거래하라는 뜻이다.

또 지난해 10월 금융투자협회가 최종 개정한 ‘금융투자회사 표준내부통제 기준’ 제74조 6항에서는 ‘회사 또는 투자대상 회사의 미공개 정보에 근거한 어떠한 형태의 매매거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며 불법 선행매매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A금융투자사는 주요 임직원이 신고된 계좌 외에 다른 증권 계좌를 만들어 여러 개로 주식거래를 하다 적발됐다. B와 C금융투자사는 선행매매 의혹이 포착됐다. 3곳 모두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주식투자를 제한한 자본시장통합법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위반 사실이 확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며 소속 회사도 양벌 규정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불법 주식매매거래가 과거 관행처럼 퍼졌기 때문에 아직도 불감증을 가진 사람들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처럼 금융투자회사 내부 부정들이 비일비재함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 등 금융감독당국과 감사원의 힘 겨루기 속에서 불법 사항 적발 및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9~10월 정책공기업 산하 증권사 등의 현장 확인을 마친 후 이미 2개월 이상이 지났음에도 공식 결과 발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과 증권업계 등의 저항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감사원은 공기업 산하 금융투자사들의 문제가 심각함을 인식하고 지난해 10월 민간회사를 포함해 대형 증권사 10곳에 임직원 계좌정보 자료를 요구했다가 거센 반발을 산 뒤 관련 조사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감사원 측은 “힘겨루기나 업계의 저항 때문에 결과 발표가 늦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감사 처리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또 민간 증권회사 조사 중단에 대해서는 “실태조사 차원에서 협조식으로 회사들에 자료를 요구했으나 일부만 자료를 제출해, 형평성 차원에서 조사를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감사원의 월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 다수의 증권사들에서 나타나는 내부 부정행위에 대한 조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마냥 감사원 감사를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도적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및 연기금 등 시장을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금융투자기관 소속 임직원들에 대해 보다 엄격한 투자제한 규정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은 최근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임직원은 물론 그 배우자 및 가족들이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사전 동의를 구하는 내용을 담은 규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원 기자 @himiso4>

jwcho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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