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성난 민심에 철옹성 권력 흔들…기로에 선 푸틴
중산층 이탈 가속 지지율 하락세…3선 성공해도 국정장악력 약화 불가피
주목받는 인물 ③

‘21세기의 절대군주(차르)’로 평가받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기로에 섰다. 오는 3월 치러질 대선에서 그의 3선은 떼 놓은 당상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하지만 철옹성 같던 그의 권력에 생기고 있는 균열은 뚜렷하다. 불명예를 안고 권력을 유지하느냐,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느냐는 온전히 그의 선택에 달렸다.

균열의 방아쇠는 지난달 실시된 총선 부정선거 시비가 당겼다.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푸틴 퇴진을 강하게 요구했다. 낯뜨거운 신경전도 오갔다. 푸틴이 시위대의 가슴에 달린 하얀리본을 콘돔같다고 하자, 군중은 푸틴이 콘돔을 스카프처럼 목에 두른 사진을 들고 행진을 하기도 했다.

KGB(국가보안위원회) 출신인 푸틴은 그러나 과거와 달리 시위대에 강경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신년인사에서 “좌익이든 우익이든 러시아인을 좋아한다”며 비꼬는 듯한 뉘앙스 속에서도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 주목한다. 시위 주도층이 국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중산층이어서 푸틴의 서슬퍼런 통치 스타일이 쉽게 작동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역대 정권이 사용해온 ‘발본색원식’ 시위 탄압은 중산층의 축제형 시위에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에선 러시아판 ‘아랍의 봄’을 점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푸틴으로서도 텃밭인 중산층이 자신에게 등을 돌릴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푸틴은 실제로 오른팔 격인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대통령행정실 제1 부실장을 대외경제담당 부총리로 최근 전보했다. 수르코프는 푸틴 총리에게 어떤 정치 세력도 도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리된 민주주의’를 설계한 사람으로 통한다. 나름의 읍참마속 격이었지만 떨어지는 지지도를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예상 득표율이 50%를 넘기지 못한다. 2008년 조사에선 60%대였다. 이런 추세라면 어렵게 3선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국정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성난 군중의 행보와 푸틴의 미래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