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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난 새’ 잡은 ‘토종 펭귄’ 날다
엔터플라이 ‘에어펭귄’ 절대강자 ‘앵그리 버드’ 제치고 출시 나흘만에 美 앱스토어 1위…해외서도 통하는 가족 콘셉트·단기적 중독성 인기비결
9월엔 한국서도 통합 1위 기록

12월엔 다운로드 1000만건 돌파

중력센서 이용 쉬운 조작이 강점

40일만에 100만弗 매출 이준희 대표

“앱으로 돈 벌겠다는 마음보다

실패 통해 배우겠다는 생각 가졌으면”



지난해 토종 펭귄 한 마리가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사로잡았다. 국내의 작은 개발사에서 만든 ‘에어펭귄’이 모바일 게임의 절대 강자인 ‘앵그리 버드’를 제치고 애플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화난 새(앵그리 버드)’의 반격에 다시 정상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토종 게임 최초로 전 세계 앱스토어 1위 기록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1월에는 ‘2011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서 모바일 게임으로서는 유일하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수상과 기술창작상, 2관왕이다.

‘에어펭귄’은 스마트폰의 중력센서를 이용한 게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다. 스마트폰을 상하좌우로 움직여 빙판 위의 펭귄이 물에 빠지지 않도록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시키면 된다. 매뉴얼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쉬운 조작방법이 강점이다.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에서는 ‘에어펭귄’ 티셔츠와 인형도 출시됐다. 캐릭터 사업부터 TV, 스크린까지 넘보는 앵그리 버드의 행보와도 닮았다.

지난 한 해 토종 스마트폰 게임의 저력을 보여준 엔터플라이의 이준희(39) 대표를 만났다. 최근 ‘에어펭귄’이 1000만 다운로드 기록까지 세우면서 이들은 누구보다 들뜬 마음으로 새해를 맞고 있다. 


-‘에어펭귄’의 성과를 소개해달라.

지난해 4월 14일 첫선을 보인 ‘에어펭귄’은 나흘 만에 미국 앱스토어 1위에 올랐다. 일주일 정도 머물러 있었지만 당시에는 ‘앵그리 버드’를 제쳤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후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앱스토어 1위에 올랐고, 한 달 만에 다운로드 수 100만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과 국내 T스토어에 출시돼 한국에서도 통합 1위를 기록했다. 최근까지 해외 안드로이드 마켓 캐주얼 장르에서도 무료 게임 1위, 전체 무료 게임 순위에서 3위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1년 12월 26일을 기준으로 다운로드 수 1000만건을 넘어섰다.

-‘야구전설’과 같은 피처폰(일반폰)용 게임을 제작하다 어떻게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하게 됐나.

2010년 초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이 지금처럼 활성화하지 않았다. ‘아이폰이 국내에 언제 풀린다’라는 소문만 무성했다. 보통 피처폰 게임 개발에 1년에서 1년 반 정도가 걸린다. 당시 ‘야구전설’의 후속인 ‘야구전설2’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게임이 완성됐을 때 피처폰 시장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 끝에 스마트폰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대개는 히트한 게임의 후속작을 준비하는데, 우리는 안정된 수순을 밟지 않고 모험을 한 셈이다. 2010년 당시 두들 점프, 레이싱 게임 등 해외에서 유행하던 스마트폰 게임을 접했는데 재미있더라. 우리도 피처폰 게임을 포기하고 온 만큼, 스마트폰에 맞는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걸 찾다 보니 스마트폰의 드래그(끌기)나 틸트(기울이기) 등의 조작방법에 관심이 갔다.

-‘에어펭귄’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처음부터 ‘펭귄이 점프하는 게임을 만들자’고 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에 적합한 게임을 구상하던 중, 틸트로 전방향하는 게임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점프가 필요한데 어떤 캐릭터가 좋을까, 어떻게 스토리를 짜는 게 좋을까, 이렇게 순차적으로 단계를 밟아나갔다. 에어펭귄의 스토리가 알고 보면 무겁다. 지구 온난화로 남극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펭귄 가족들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생각했다. 알고 보니 펭귄이 부성애가 굉장히 강한 동물이더라. 아빠 펭귄이 한 달 반에서 두 달가량 알을 품는다. 엄마 펭귄이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몇 달이고 굶으면서 추위로부터 새끼를 지킨다. 미국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보면 가족적인 분위기가 많다. 에어펭귄도 마지막에 주인공이 아빠 펭귄과 엄마 펭귄을 만나게 된다. 이 같은 콘셉트와 스토리가 미국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어펭귄’의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용자들이 게임을 접하는 순서를 따라가면서 게임에 빠지는 과정을 생각해봤다. 일단 ‘캐릭터가 귀엽다’ ‘게임을 해보니 새롭다’ ‘하다 보니 중독성이 있다’, 이렇게 3단계를 거친다. 최종적으로 게임의 완성도가 관건이다. 게임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탄탄한 스토리나 캐릭터의 동작, 사용자 환경(UI)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봤을 때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 중요했다.

-동물 캐릭터가 등장해 ‘앵그리 버드’와 많이 비교되는데 ‘에어펭귄’의 강점이라면.

개인적으로 게임의 재미 면에서 ‘앵그리 버드’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사용자 리뷰를 보면 ‘에어펭귄’의 단기적인 중독성은 최고라는 평가가 많다. ‘게임하느라 배터리가 다 닳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화장실에서 게임하다 못 나오고 있다’는 등 중독성을 호소하는 글도 많이 올라온다. 또 한국인들이 될 때까지 가보자는 집념이 강한 편이다. 앵그리 버드는 세 번의 기회 중 한 번만 잡아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에어펭귄은 무조건 그 단계를 넘겨야 다음 진행이 가능하다. 그래서 놓을 수 없는 면이 있다.

엔터플라이 직원 단체사진.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준희 대표.

-‘에어펭귄’의 지난해 수익은 얼마나 되나.

게임이 출시된 지 약 40일 만에 100만달러(약 1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1년 총 수익은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았다. 사실 국내에서 개임 앱으로 엄청난 돈을 번 곳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얘기다. 당장의 수익보다 1000만명이 우리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티셔츠, 인형 등 캐릭터 사업과 최근 출시한 토킹 앱도 수익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에어펭귄’ 브랜드를 더 알려서 훗날 ‘앵그리 버드’처럼 된다면 그게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스마트폰 1인 앱 개발자들이 늘고 있는데 선배 경험자로서 조언한다면.

우선은 앱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우리도 모바일 업계에 몸담은 지 10년이 넘었다. 그간 게임 환경도 많이 달라졌고 변화 속도도 예전과 비교가 안 된다. 게임을 만들기는 예전보다 훨씬 좋은데 확실히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금은 덤비기보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시기다. 일반적인 앱이 아이디어가 핵심이라면 게임 앱은 아이디어를 재미로 연결해야 한다. 재미와 감동까지 이끌어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모바일 게임이 쉽게 뛰어들 수 있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말 그대로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다. 반면,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으니 게임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사람이 많다는 강점도 있다. 희망을 갖고 도전하되, 실패를 통해 배우겠다는 각오로 뛰어들면 된다. 비용은 크지 않으니까. 경험이 쌓이다 보면 노하우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엔터플라이의 계획을 얘기해 달라.

당장은 기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다. ‘에어펭귄2’는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을 완성도 있게 반영하는 것이 목표다. 또 게임에 반하게 만들 매력적인 요소들을 고민 중이다. ‘비장의 무기’를 선보일 계획이니 기대해도 좋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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