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쏟아지는 드라마의 향연 속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진 가운데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작품들이 있어 아쉬움도 남는다. ‘국민엄마’ 김해숙 주연의 TV조선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극본 박은령, 연출 윤상호) 역시 탄탄한 구성과 감각적인 영상미, 배우들의 호연 등 ‘웰메이드’ 요소를 모두 갖췄음에도 아직은 시청자들에게 깊이 각인되지 않은 종편이라는 점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는 편안하고 유쾌하게 시청할 수 있는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고자 하는 기획의도로 출발한 드라마로, 경남 남해 마을에서 들꽃 동산을 가꾸며 평화로운 삶을 살던 주부 고봉실(김해숙 분)이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후 서울 이태원으로 상경해 인생의 2막을 열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고봉실로 분하는 김해숙이 극의 중심이 돼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에피소드와 아름다운 풍경이 전하는 다양한 볼거리, 그리고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하는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이 극을 한껏 풍요롭게 만든다.
우선 흠잡을 데 없는 김해숙의 열연은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는 온실 속 화초처럼 살다가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여러 가지 고난들을 겪으며 삶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 때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의 뜨거운 눈물은 보는 이들마저 짠하게 했다.
그러나 곧 마음을 다잡고 제 2의 삶을 살기 시작하려는 고봉실 아줌마의 움직임은 안방극장에도 희망을 전달, 향후 그의 행보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였다.
이어 경상남도 김해의 아름다운 절경이 담긴 감각적인 영상미, 주말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특수영상 역시 작품을 완성도를 책임진다.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는 기존 주말극이 시도하지 않았던 특수 촬영 기법을 사용, 세련된 영상미를 뽐내 ‘웰메이드‘ 드라마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첫 방송 장면부터 항공 촬영으로 속이 뻥 뚫릴 정도의 청량한 느낌을 준 남해마을 풍경은 주로 스케일 감 있는 영화에서 많이 사용되는 ‘디지털 매트 페인팅’(digital matte painting: 화면에서 특정 대상을 지우거나 집어넣는 기법)을 사용해 화면 가득 깔끔한 영상미를 극대화시켰다는 평이다.
또 남미인 호세가 준 약초의 씨앗을 자라게 하기 위해 영혼 서준석(최일화 분)이 바람을 몰고 오는 장면은 KBS2 ‘추노’의 영상을 통해 잘 알려진 ‘레드원(RED ONE)’ 카메라를 사용해 초고속 촬영 기법으로 감각적인 영상미를 더했다.
이 같은 영상기법은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 속 장소의 특별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 드라마의 주 무대가 되는 남해는 가천 다랭이 마을의 맑고 푸른 하늘과 층층이 다랭이 논밭 풍경이 절경을 이룬다. 아름답고 싱그러운 남해의 절경은 고봉실에게 닥친 어두운 시련과 극명하게 대비, 고봉실의 처연함을 더욱 배가시키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외에도 석방렴, 보리암, 은모래비치 등의 아름다운 명소들이 곳곳에 등장하는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는 드라마를 보며 ‘시각 여행’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기특한 드라마로 주목 받고 있다.
이로써 고봉실의 인생 제 2막이 열리는 이태원의 모습은 어떻게 담아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감각적인 영상기법이 담아낸 아름다운 배경,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이 전하는 하모니가 오감을 만족하는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 지난 12월 17일 첫 걸음을 시작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큰 지지를 얻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본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 hajin@issu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