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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시봉 현상’ 어디에서 왔나
빠른 템포에 멜로디를 얹어 수없이 도돌이표를 찍은 듯한 ‘후크송’이 인기를 모으고, 기계음으로 버무려진 인스턴트 음악들이 범람한 시대의 어느날 ‘세시봉 친구들’이 주목받았다. 심야 예능프로그램 ‘놀러와(MBC)’에 출연해 여섯줄 통기타를 퉁기며 대화를 하듯 노래부르는 사람들. 그들의 노래는 아름다웠다. 잠자는 ‘감성의 문’을 조용히 두드리는 그 노래에 7080 세대들이 서서히 손을 들어줬다. 열풍이었다. 소장하기보다는 소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시대에 찾아온 낯선 떨림이었다.

불현듯 떠오른 이 ‘세시봉 현상’의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28일 방송된 MBC ‘세시봉 친구들 2부-우리들의 이야기’에는 그들이 주목받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세시봉 현상은 비단 중년세대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스토리와 구성 전반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영화 ‘써니’가 잊고지낸 여고시절의 향수를 불러오며 흥행몰이를 했던 것에는 단지 중년의 힘만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부모님의 손을 끌고 영화관을 찾았던 자녀세대들은 세시봉 현상에도 반응했다. 

이에 대해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젊은이들이 세시봉 음악에 반응했던 이유는 가사였던 것 같다”면서 “잊어버리고 있던 옛날의 시, 교과서에서 본 것 같은 아련한 로맨틱한 느낌을 주는 노랫말이다”고 그들의 인기비결을 분석했다.

세시봉 멤버 윤형주도 요즈음과 과거의 사랑노래를 비교하며 “요즘 사랑의 개념은 너무 찰나적, 순간적이다. 또 표피적이고 선정적이며 단시적인 노래들이 많다. 사랑이라는 것이 가볍게 다뤄지는 것 같다”면서 “예전의 사랑 개념은 마음을 졸이는 인내가 필요했다. 참아주고 마음을 애태우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노래 가사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윤형주의 지적처럼 찰나의 감정들이 녹아난 일상과 그것을 고스란히 반영한 노랫말에 신물한 디지털 세대에게 은근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잔잔한 감성들이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이 됐던 것이다. 그게 바로 세시봉 현상이었다. 


조영남도 이 같은 점을 염두하며 “요즘 같은 시대에 찾을 수 없는 음악, 아날로그, 우정을 세시봉에서 찾는 게 아닐까”라고 자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감성으로 서정을 노래한 이들, 특히 세시봉 멤버 가운데 조영남은 이날 방송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최고의 노랫말로 1971년 발표된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에 대해 조영남은 “아침이슬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노랫말이라고 생각한다. 가사 자체의 완성미도 가장 좋다. 시 쓰는 사람들이 상상도 못하는 멋있는 시를 쓴 것 같다”고 평했다.

세시봉 친구들의 미주 공연과 멤버들의 우정과 인생을 담아 보여준 이날 방송은 5.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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