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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흘리는 김정은, 통곡하는 북한 주민
북한 평양지역에 눈에 내려 당초 10시로 예정됐던 김정일 위원장의 영결식은 28일 오후 2시부터 열렸다. 조선중앙통신은 “령도자와 영결하게 되는 수도의 거리거리, 온 나라의 도시와 마을들은 내리는 눈을 쓸고 또 쓰는 수많은 군대와 인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전했다. 후계자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장례행렬의 맨 앞에서 장의차를 붙들고 걸어가면서 눈물을 흘렸다.

O...김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새지도부가 28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에서 영구차 옆을 호위하며 걸었다. 영구차 오른쪽에선 김 부위원장 뒤로 장성택, 김기남, 최태복이, 김 부위원장 건너편 쪽에서는 리영호, 김영춘, 김정각 등이 영구차를 호위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공백이 생긴 북한 권력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은 코트를 입고 차량의 오른쪽 맨앞에서 걸은 김 부위원장은 거수경례를 하면서 의장대 사이를 지났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 시작될 예정이던 김 위원장 영결식이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것은 제설작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8일 우리 기상청이 ‘국가간 기상정보시스템’(GTS)를 통해 파악한 27∼28일 북한지역 기상정보에 따르면 27일 오후 9시부터 평양지역에 눈이 내리기 시작해 이날 오후까지 그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도 이날 날씨예보를 통해 오전에 평양에 눈이 내렸고 저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후 1시께 내보낸 ‘비애의 영결식을 앞둔 평양에 흰눈이 내리고 있다’는 기사에서 “지난밤부터 눈이 내렸으며 평양을 비롯한 북한 대부분 지방에서 내려 대지에 쌓였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강수량은 오늘 오전 9시 기준으로 대략 3㎜ 정도지만 적설량은 알 수없다”며 “총 적설량은 1∼5㎝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3㎜의 강수량을 적설량으로 환산하면 대략 3㎝ 정도다.

전날 밤부터 내린 눈 때문에 김 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린 평양에는 아침부터 많은 인력이 동원돼 제설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O...김 위원장은 영결식에서도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길을 그대로 따랐다. 28일 오후 영결식장인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빠져나온 김 위원장의 영구차량은 금성거리를 지난 룡흥 네거리-비파거리-전승거리를 지나며 장례 퍼레이드를 했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영결식 때도 운구행렬은 금성거리-영흥 네거리-비파거리-혁신거리-전승광장-영웅거리-천리마거리-충성의다리-통일거리-낙랑다리-청년거리-문수거리-옥류교 등을 지나 김일성광장으로 이동했다.

O...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김 위원장의 영결식을 평양발로 신속 보도했다. 평양에 특파원을 둔 이타르타스 통신은 “북한을 17년 동안 통치한 김 위원장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가 평양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며 “평양 중앙광장에선 대규모 영결 집회가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북한 전역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예포가 울려 퍼지고 모든 북한 주민들은 3분간 묵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의 시신은 방부 처리 후 유리관에 넣어져 평양 금수산 궁전에 안치된 아버지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관과 나란히 놓이게 될 것이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통신은 방부 처리를 위해 러시아 생화학기술 센터 전문가들이 북한으로 초청됐다고 전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북한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외국 조문단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O...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 단둥(丹東)에 거주하는 북한인들은 북한영사사무소와 북한식당 등에 모여 김 위원장을 추도했다. 이들은 침통한 표정 속에 말을 아낀 채 김 위원장 영정 앞에 헌화하고 위성을 통해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하는 김 위원장의 과거 시찰 영상과 조문 장면 등을 시청했다.

북한식당의 종업원들은 TV를 보다 슬픔에 겨운 듯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간간이 목격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직후 공황 상태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이날 북한인들은 진정을 되찾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한편 훈춘(琿春)과 투먼(圖們) 등 두만강 유역의 북ㆍ중 접경지역이 이날 전면 봉쇄된 것과는 달리 단둥 변경지역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평온한 분위기였다. 단둥해관도 정상 운영돼 이날 오전 화물을 실은 수십 대의 트럭과 화물 열차가 압록강철교를 건너 신의주로 들어갔다. 단둥의 대북 무역상들은 내부 동요를 막고 물가 안정을 꾀하기 위해 북·중 교역을 조기 정상화하려는 북한 당국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O...정부의 대북 정보는 끝내 먹통이었다. 김 위원장 사망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정보당국의 대북 정보시스템 미비는 김 위원장의 영결식에서도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날 영결식이 오후로 연기되었음에도 정세분석국 등 통일부 직원들은 이런 사실을 사전 인지하지 못한 채 이날 오전부터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국내 언론들도 정부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근거로 김 위원장의 영결식이 오전에 열린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영결식을 생중계하지 않은 이유를 분석하며 북한이 생방송을 내보낼 정도로 방송 장비가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라거나,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사고를 예방하려는 보안상의 문제라는 해석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때에도 북한이 2시간 가까운 분량의 영상을 영결식 당일 오후에 방송한 것을 참고로 했는 데 결과는 달랐다”고 쓴웃음을 보였다.

한편 뒤늦게 김 위원장 영결식을 접한 정보당국은 북한 조선중앙TV를 지켜보면서 향후 권력구도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의 거리가 바로 권력서열이기 때문. 정부 관계자는 “김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주변에 선 사람들을 확인하고, 북한의 권력 지도를 그리기 위한 기초 자료로 영결식 장면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홍석희ㆍ양대근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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