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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 사망이 남긴 것들…대북 리스크ㆍ북핵ㆍ불안한 김정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부터 18년동안 북한을 철권통치했던 김정일의 영결식이 28일 평양에서 열렸다. 핵실험,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천안함ㆍ연평도까지 매순간 우리 사회를 충격과 혼란 속에 빠트렸던 김정일은 사망한 이후에도 복잡한 화두를 던져놓고 갔다. 조문을 놓고 펼쳐진 남남갈등과 대북 정보력 논란, 그리고 주식 시장의 루머 등은 김정일의 사망하며 남긴 숙제다.

▶‘대북 리스크’ 존재감 확인한 27일 증시=지난 27일 오전 주식 투자자들은 때 아닌 패닉에 휩싸였다. 순간적으로 종합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50포인트 넘게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주식시장의 이상 반응에 대해 북한 관련 루머를 근원지로 꼽았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같은 시간에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오르고 아시아 증시도 충격을 받은 것으로 봐서는 북한 루머로 시장이 전체적으로 흔들린 걸로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중국군이 북한에 주둔해야 한다는 한 중국 인터넷 매체의 보도가 국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선물과 현물을 투매로 대응한 결과다. 이날 우리 자본시장의 모습은 ‘북한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언제든지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김정일 사망 후 시나리오별 경제적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경우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예상보다 1.0%포인트 하락한 2.5%에 머물 것이라고 진단했다. 긴장감이 장기화할 경우 사회불안 심리가 확산돼 소비 및 투자가 위축되고 해외수요가 제3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수출 위축과 자본조달비용 증가, 자본유출이라는 대 혼란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죽은 김정일, 核도 안고갈까=이 같은 북한 리스크에 대한 인식은 ‘한반도 조기 안정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정일 사망 직후 우리 정부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발빠른 외교 접촉에 나섰다. 6자회담 재개에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시점과 방법 조율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김정일 사망 직전 북한과 미국이 ‘핵 동결ㆍ폐기와 식량지원’에 합의했고, 미국은 물론 북한도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합의가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6자회담 복귀해 핵군축 협상, 평화협정 체결 등을 미국에 제안할 수 있다”며 “김일성 사후 3개월 만에 ‘제네바 합의’가 도출됐듯이 내년에 북미가 대타협을 이뤄낼 개연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그동안 해법을 찾지 못했던 핵 문제가 실마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기대다.

28일 열린 한ㆍ중 고위급 전략대화에서도 김정일 사후 한반도 안정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쌍방(한국과 중국)은 한반도 및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려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사후 관련국들이 서로 협력해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통제불능의 상황이 조성되고, 북한의 붕괴를 비롯한 급변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다.

▶김정일 사망 사전인지 논란...韓ㆍ美 “몰랐다”=북한 언론들이 김정일이 이틀 전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한 지난 19일,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예정됐던 점심 약속을 모두 취소한 채, TV앞에 매달려야 했다. 외교부 장관이나 통일부 장관은 물론, 국가정보원 고위 인사들도 김정일의 사망을 사전에 인지 못한 결과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북한의 폐쇄성 등 때문에 현재 국방정보감시 체제로 김정일 사망을 아는 것은 제한적인 면이 있다”며 “북한이 방송으로 발표하기까지 몰랐다는 사실은 저희도 책임을 느끼고, 이 부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스스로를 반성해야만 했다.

이런 모습은 지구 건너편 미국에서도 일어났다. 각종 첨단장비로 무장한 미국의 정보망도 외부와 철저하게 격리된 북한 앞에서는 속수 무책이였던 셈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최근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들도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정보를 캐내기 힘든 국가로 여기고 있으며, 이들 정보기관도 김정일 사망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보도했다. 공관이 없는 관계로 요원을 상주시킬 수도 없고, 통신 감청이나 위성 감시도 북한 사회의 폐쇄성으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미국 정보 관계자들이 털어놨다는게 보도의 요지다.

CIA에서 수석 분석가로 활동했던 마크 로웬탈은 “미국 정부나 한국 정부나 북한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깜깜하다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시험대 오른 北 김정은, 3년이 고비다=김정일의 사망은 북한 스스로에게도 위기이자 기회다. 27세 나이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군사 강대국이자, 경제 최빈국인 북한을 떠안은 김정은의 성공 여부는 빠른 시간 내 결판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정일은 권력 장악을 위해 10년 이상 준비할 수 있었지만, 김정은에게 주워진 시간은 채 1년도 안됐던 결과다.

김정일의 죽음은 아버지 김일성과 달리 준비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최근 북한 매채들이 하루하루 김정은에게 새로운 칭호를 붙이는 것도 이 같은 시간과 준비 부족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일의 유훈이 정책적 지침이 되고 당분간 권력 엘리트들도 김정은을 중심으로 공생을 도모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고, 단기적으로 김정은의 권력이 현저히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유훈통치가 끝난 뒤 권력엘리트와 주민에게 새 지도자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큰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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