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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우 “군화를 신고 넘은 서른의 문턱”
“앞이 깜깜했어요. 고민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굉장했죠. ‘썩고 있는 건가?’ 싶더라니까요”

대한민국의 국적을 갖고 있는 남성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그리고 스물아홉을 지나는 시점에 누구나 떠올릴 법한 인생의 일부. 바로 군대와 서른 즈음이다.

2003년 영화 ‘클래식’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기우도 그랬다. 그는 스물아홉과 서른을 군대에서 보내고 2011년 9월, 전역자가 됐다. 달콤한 휴식도 만끽하지 않은 채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로 복귀를 알렸다. 사랑하는 여자를 든든하게 지켜줬지만 결국은 행복을 빌어주며 홀연히 떠난 강혁으로 돌아온 배우 이기우. 




# 군화를 신고 넘은 서른의 문턱

이기우는 당시를 “깜깜했고 고민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무살을 이제 갓 넘긴 청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자 나이 서른이면 누군가는 벌써 가정을 꾸릴 준비를 했을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회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을 시기인데 ‘나는 나라에서 주는 밥을 먹고 있구나’ 싶었죠. ‘썩는건가?’ 싶었죠. 그래서 고민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굉장했죠”

하지만 ‘아직은 학생’인 청춘이 아니고, 배우라는 직업이 있었기에 이기우는 마냥 “깜깜”한 채 있을 수 없었다. “쉬는 시간 책을 많이 읽었”다는 그는 동시에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죠. 사회에 나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하는 것들 말이에요”

이기우의 계획의 첫 번째는 “실수를 줄이자”였다. 서른을 넘어섰고 배우에 대한 확고한 뜻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그리고 알차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에게는 확실히 다른 이들보다 늦은 군생활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고, 그래서 더욱 이후의 시간을 ‘금’같이 보내야 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깜깜하게 시작한 스물아홉 반, 조금씩 마음을 다잡기 시작한 서른, 그리고 새롭게 시작할 서른하나를 맞이했다.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다. “허송세월이 아닌, 큰 의미를 가져다 준 시간이었어요”



# 멀리 볼 수 있게 된 배우의 길

“지금은 전혀 조급함이 없어요. 전에는 항상 ‘군대’라는 압박감이 있었죠. 어쨌든 가야만 하는 산이었으니까요. 이제는 강요하는 산이 없으니 멀리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스스로 넘을 산을 만들어가야죠”

2년간의 장기 계획으로 이기우는 뜻이 있고, 의지가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군대는 갓 스무살을 넘긴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사건, 사고도 많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아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저의 이야기를 하면서 굉장히 성장한 느낌이에요. 배운 것도 많고요. 처음이 조금 힘들었지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이전의 조급함을 벗고 서두르면 안되겠다는 계획을 가장 먼저 세웠다. ‘압박’이 없이 묵묵하게 제 길을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지난 2년이 허송세월이 아니”었음을 입증한다.

무대가 그리웠던 이기우는 복귀 두 달 만에 정일우, 이청아와 호흡을 맞춘 ‘꽃미남 라면가게’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은 색달랐다. 몰라보게 달라진 변신이라고 하기엔 ‘키다리 아저씨’의 포근함이 있었고, 예전과 같은 모습이라고 하기엔 웃음을 유발하는 ‘엉뚱함’이 존재했다. 그는 그렇게 색다른 매력으로 대중들 앞에 섰고, ‘반전’은 통했다.

“군대 이후 들어온 몇 작품들은 이전 캐릭터를 답습하는 분위기의 성향이 강했어요. 그런데 ‘꽃미남 라면가게’의 강혁의 경우는 역할이 딱딱하지 않으면서 만화적인 인물이라 스스로도 흥미로웠고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한 여자를 바라보는 ‘기둥’이면서 뜬금없는 말과 행동으로 보는 이들에게 ‘반전매력’을 선사했다.

“대중들이 기대하고 있는 ‘남자가 돼 돌아왔구나’라고 생각할 만한 역할은 피하고 싶었어요. 그런 뻔한 흐름으로 가지 않으려고 친숙한 인물로 비춰질 수 있는 역할을 골랐고, 강혁을 선택했어요. ‘군대를 다녀왔지만 여전히 익살맞고 친근하네’라는 느낌이랄까요?”

이로써 2년의 장기계획 중 하나가 성공적으로 빛을 발했다. 



# 무궁무진한 장기 프로젝트

복귀작을 성공적으로 끝냈고, 2011년 한 해도 일주일 남짓 남았다. “남은 연말은 좀 쉴 생각”이라는 이기우는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도 “스키장을 갈 것”이라는 신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꽃미남 라면가게’를 통해 새롭게 봤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다음 작품 역시 이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얼른 이 관심이 식기 전에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려야죠(웃음)”

한 층 더 성장하고 성숙해진 이기우의 다음 작품이 벌써 부터 기다려진다. 다가오는 2012년에는 그의 다양한 활동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는 기분이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heraldcorp.com /  사진 김효범 작가 hyobeom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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