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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2011> 정권말 사정 한파에 재계는 초긴장
대기업 총수들 줄줄이 검찰 조사, 실형에 법정구속까지…

2011년 재계는 어느 때 보다 사정기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한해였다.

지난해에 이어 C&, 한화, 태광, 오리온, 금호석유화학, SK 등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대부분은 해를 넘겨 추가 조사를 받거나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권 말기 사정 한파가 딱히 새로울 건 없지만 유럽발 재정위기에 북한발 리스크 등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재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세밑 검찰발 핫이슈는 단연 재계 3위인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에 대한 수사였다. SK그룹 선물투자와 관련해 회삿돈 횡령 의혹을 받고 최 회장은 8년여 만에 검찰에 출석해 20시간 넘는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최 부회장은 2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SK그룹은 지난달 본사는 물론, SK텔레콤 등 핵심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대외 신인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장기간 수사로 경영공백 상태가 지속되면서 내년 SK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5조원의 투자계획이 공전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이 컸다.

지난 4월에는 검찰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집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각과 회사자금 횡령ㆍ배림 등의 혐의로 박 회장은 최근 불구속기소됐다. 금호석화는 총수 구속의 최악 상황은 피했지만 계열분리 등 현안과 향후 재판이 맞물리면서 험로가 예상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비자금을 조성하고 차명계좌가 있다’는 제보로 시작된 수사로 그룹본사 압수수색, 300여개 차명계좌 발견, 주요 임원 영장 기각 등의 우여곡절 끝에 올 초 불구속기소돼 뜨거운 법정공방을 벌였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160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모친 이선애 상무도 불구속기소되며 나란히 법정에 서는 굴욕을 겪었다.

특히 이들 한화그룹과 태광그룹 수사와 관련, 윗선의 수사 개입 대(對) 부실ㆍ과잉 수사 논란이 달아오르며 대기업 수사의 ‘칼잡이’로 이름을 날린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사퇴하는 등 적지 않은 소음을 냈었다.

냉정한 법의 심판을 받은 비운의 총수도 등장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 임원에게 장기간 월급과 퇴직금을 주는 방식으로 회사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 등이 인정돼 지난 5월 구속수감됐다. 함께 검찰 수사를 받았던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사장은 입건유예됐다.

이윤재 피죤 회장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은욱 전 피죤 사장을 청부폭행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여기에 이 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받고 폭력을 행사한 뒤 도피중이던 조직폭력배 오모씨까지 자살하면서 큰 충격을 안겨줬다.

한해동안 이어진 사정 한파에 재계가 잔뜩 움츠러든 상황에서 지난달 말에는 2003년 현대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무기중개상 김영완 씨가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한 뒤 극비리에 귀국해 조사를 받았다. 김 씨는 현대그룹 측으로부터 받은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돈세탁해 당시 여권 실세에게 전달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아왔지만 미국 도피로 특검 수사는 중단됐었다. 재계는 이미 잊혀진 사건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고위 인사는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인데 사정 한파까지 몰아닥쳐 더욱 고단했던 한해였다”며 “2012년 새해에는 부디 큰 사건 없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 @ryu_peluche>

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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