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열강들의 강한 구애-빗장여는 미얀마
해상무역의 허브인 벵골 만을 끼고 있는 미얀마가 국제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1000년 가까운 역사에서 사실상 처음이다. 식민통치를 했던 영국을 제외하면 그동안 중국만이 미얀마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중국 윈난 성이 미얀마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경제 발전 측면에서 중국이 후견인 노릇을 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미얀마가 보유한 풍부한 천연자원을 활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열강이 앞다퉈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이달 들어 외교관계 최고책임자를 미얀마에 급파한 데 이어 일본마저도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을 현지로 파견했다.

군사독재를 끝내고 개혁ㆍ개방 노선을 걷기로 결정한 현 테인 세인 정부로부터 미얀마에 관한 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움직임이다. 미ㆍ중 사이의 신경전에 더해 일본까지 뛰어들면서 미얀마의 국제정치ㆍ경제학적 중요도는 확대일로다.

미얀마도 빗장을 열되, 자국에 이익이 되는 나라들을 면밀히 살피는 ‘밀고 당기기 전략’을 구사할 조짐이어서 이래저래 관심을 쏟게 한다. 

▶미얀마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50여년간 군부독재 체제 아래 갇혀 있던 미얀마는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요인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다. 석유ㆍ천연가스 매장량이 많기 때문에 가스전ㆍ송유관 등 인프라 건설로 경제적 이익을 챙기려는 각국 정부와 기업의 눈이 쏠려 있다. 전 세계 티크 목재의 80%, 루비 생산량의 99%도 미얀마가 점유하고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이 미국의 새로운 우선순위”라고 밝힌 것도 이런 데이터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아시아 지역 맹주를 자처했던 중국으로선 미얀마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80%가량을 담당해온 상황이어서 미국의 개입이 달가울 리 없다. 여기에 일본 겐바 외상이 미얀마를 찾아 공공개발 차관과 공여 재개 초읽기에 들어갔다. 교도통신은 겐바 외상이 미얀마 고위 관리들과 회담하고 양자 간 투자협정 교섭을 열자고 제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시장으로서 가치가 충분한 ‘미얀마 바라기’가 강대국 사이에서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로서도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외국인 투자에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2000년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날이 해상광구 개발에 참여해 가스전 발견에 성공했으며, 최근엔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의 회사가 진출했다. 서구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공격적인 투자도 점쳐진다. 

▶미ㆍ중ㆍ일, 미래 권력에도 보험들기=미얀마 관전에 한층 흥미를 더하는 요소는 미ㆍ중ㆍ일이 한결같이 미얀마 정치 판세 읽기에 열을 올린다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에 이어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 겐바 일본 외상까지 미얀마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야당의 대표 주자격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잇달아 만났다. 개혁에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정권의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언젠가 권력을 잡을 수도 있는 수치 여사의 영향력도 인정해 훗날을 기약하자는 ‘양동작전’인 셈이다.

수치 여사는 최근 자신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내년 봄께 치러질 보궐선거에 나가기로 공식 발표했다. 일각에선 수치 여사를 대통령으로 세우자는 논의가 부상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얀마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미얀마엔 60명의 정책결정자가 있다”며 “20명은 깨어 있고, 20명은 잠들어 있으며, 나머지는 어디로 갈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지적은 미얀마가 강대국의 구애 강도를 높이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몸값이 올라갈 게 뻔한 만큼 정책권한을 갖고 있는 실력자들이 선진국 정부ㆍ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협상할 여지가 많아진다는 것. 이미 미얀마는 클린턴 장관이 도착하기 사흘 전에 군 최고책임자를 중국에 보내 시진핑 주석과 면담토록 하는 전략적 행보를 보였다.

미얀마에 정통한 외교 관계자는 미국 외교지 ‘포린어페어스’에 “미얀마의 미래는 도로, 철도, 파이프라인과 수력발전에 있다”며 “여기에 소비자까지 눈을 뜨게 되면 미얀마는 중국의 캘리포니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역사적 관점에서 중국의 지분이 강력한 만큼 향후에도 이런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셈으로, 이런 전망이 들어맞는다면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애간장을 태우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