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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광고시장 '이전투구' 법으로 허용?
MBC 독자광고영업 선언·종편 의무위탁 2년 유예
미디어업계 진흙탕 싸움 예고

지역방송사 등 희생양 불보듯

방통위 묵인·방조 도마위에

국회, 종편 특혜논란도 여전

공영 방송 MBC조차 독자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출범을 선언했다. 앞서 지난 10월 독자 미디어렙을 설립한 민영 방송 SBS나 ‘종편’처럼 직접 광고영업을 뛰겠다는 얘기다. 전체 방송광고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지상파 방송 MBC와 SBS가 각자 미디어렙을 두고, 여기에 종합편성방송채널 4개까지 직접 영업에 나설 경우 내년 광고 시장은 그야말로 ‘정글’이 된다. 한 미디어전문가는 “사자와 호랑이, 늑대 4마리를 한꺼번에 풀어놓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지역 방송사와 종교방송사, 중소 방송채널(PP) 등 지역, 소수, 약자 편에 서온 미디어가 약육강식의 광고 시장에서 최대 희생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여론과 문화 다양성을 해치고 매체 균형 발전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란 지적이다.

MBC는 지난 26일 “여야가 내세우고 있는 ‘동일 서비스ㆍ동일 규제’의 원칙에 따른다 해도 MBC는 공영 미디어렙에 지정되기보다 독자 미디어렙을 통해 자율적인 영업활동을 보장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공영 미디어렙에 지정된다면 이는 문화방송의 영업활동을 심각하게 제한할 것”이라며 민영 미디어렙 설립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MBC는 정수장학회가 방송문화진흥회(MBC 지분율 70%)의 최대주주로, 소유구조는 공영 방송 형태다. 방송사 운영은 광고ㆍ협찬으로 조달된다고 해도, 종편보다 훨씬 큰 파괴력을 지닌 매체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겠다는 소리는 자사 이기주의의 극단이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MBC와 SBS가 코바코 체제에서 벗어나면 연간 10~20% 수입을 더 늘리게 된다. MBC는 연간 2000억원을 더 거둬갈 것이다. 자산 규모 10조원, 1인 연평균 급여 1억원에 가까운 회사가 얼마나 더 벌어들이려는 것인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코바코 관계자는 “서울MBC만 독자 미디어렙을 한다는 것인데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방송국 직거래 금지, 중소 방송국에 일정량의 방송광고 제공)에도 어긋나며 상식에도 안 맞는다”고 일축했다.

국회에서 여야 6인 소위가 논의하고 있는 미디어렙법안 가운데 ▷종편의 의무 위탁 2년 유예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 1인 최대 지분 40% 허용 등에 대해서도 논란은 여전하다. 위성방송, DMB 등 역대 신규 미디어가 출범했을 때 시장 안착을 위해서 이런 특혜를 준 전례가 없다.

이 법안대로라면 종편은 2년 동안 신문ㆍ방송 크로스 판매를 할 수 있고, 2년 뒤 미디어렙을 설립한다 해도 자회사 형태이므로 보도와 광고가 분리되지 않는다. 이미 기업 광고주 사이에선 종편이 신문ㆍ방송을 묶어 지상파 광고액의 70% 수준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종편의 평균 시청률이 0%대인 점을 감안하면, 개국 특집 생색내기를 위해 생떼나 다름없는 영업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닫게 된 데에는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묵인과 방조가 한몫했다. 미디어렙법 입법 전에 종편이 개국하자 SBS미디어홀딩스가 100% 자회사 형태의 미디어렙인 SBS미디어크레이티브를 설립하자, 수장인 최시중 위원장은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예산 심의에서 SBS와 MBC의 자체 미디어렙 설립 움직임에 대해 “방송사들이 직접 영업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를 직접 판매한다고 해서 반드시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것으로 단정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SBS의 무법적 광고영업 행태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 9월 국회 방통위 국정감사에서도 최 위원장은 “현재 종합편성채널 관련 광고영업이 자율로 보장돼 있다. 이미 주어진 규제의 영역에 새로운 것을 진입시킬 생각은 없다”며 ‘시대정신’을 운운하며, 미디어 시장에 대해서도 자동차와 반도체처럼 철저한 시장경쟁 논리를 들이댔다.


<최상현ㆍ한지숙 기자> /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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