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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금융회사 검사 태도 확 바뀌었네"
“예전엔 욕을 듣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엔 말 붙이기도 힘들어요.”(A 금융회사 부장)

고압적인 태도로 금융회사에 군림했던 금융감독원의 검사 방식이 바뀌고 있다. 지난 8월 검사 선진화 방안에 따라 실효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투명한 검사제도를 운영한 때문으로 보인다. 수검기관들은 바뀐 금감원의 검사형태를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26일 올 하반기 금감원 검사를 받은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수검기관에 파견된 금감원 검사역들은 해당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는 어떠한 편의도 일절 거부하고 있다. 반말과 욕설도 사라졌다.

검사역들은 통상 검사 명령이 떨어지면 2~4주간 해당 금융회사에 머물며 수검기관 직원들과 생활을 같이한다.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경우는 다반사고 때로는 저녁모임을 통해 사적인 만남도 이뤄졌다. 그 만큼 유착관계로 발전할 여지가 컸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금감원 직원들이 180도 바뀌었다. 식사는 물론 티팩으로 차 한잔 타주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드러난 수검기관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두번 다시 용납하지 않겠다는 금감원의 의지이다.

B금융회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점심을 같이했는데, 지금은 식사자리 동석을 거부하면서 (금감원 검사역들이)대면 접촉을 피하고 있다"면서 "검사가 진행 중인 회의실에는 아예 얼씬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검사 태도도 바뀌었다. 고함과 반말을 일삼던 검사역들은 사라지고 본 업무를 하지 못할 정도로 수시로 호출하던 악습도 없어졌다. C금융회사 관계자는 "대부분 서면으로 소명하도록 해 대면 접촉할 기회가 확 줄었다"면서 "부득이하게 보충 설명이나 면담이 필요한 경우 특정 시간에 맞춰서 오도록 사전에 통보한다"고 전했다.

B금융회사 관계자는 "수천장에 달하는 서류 뭉치를 옮겨주는 것조차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수검기관 중심’의 검사 방식을 대체로 반기고 있지만 검사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각자의 사정을 공유하고 이해심도 넓을 수 있는데 이런 기회가 사라졌다"면서 "대면 접촉을 통해 충분한 소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gowithchoi>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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