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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시대> 식량난ㆍ마이너스성장ㆍ 하이퍼인플레, 3중고(三重苦)
“김일성 주석 때는 배불리 먹지는 못했어도 지금처럼 굶어죽지는 않았다.”

2000년대에 탈북한 한 새터민의 말이다. 북한 경제의 실상을 잘 대변하는 말이다. 북한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최악의 기근이 이어지며 경제적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본토에는 매년 수십ㆍ수백만의 아사자와 탈북자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실정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근간인 배급제는 거의 붕괴됐고 주민들은 식량난과 물자난에 허덕인다.

당장 남북 간 격차만 봐도 이러한 실상은 자명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현재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불과 124만원으로 우리나라(2400만원)의 5%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아프리카에서도 빈민국인 브룬디(126만원)나 라이베리아(98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노동자들의 월급은 평균 3000원 수준인 데 반해 4인 가족의 한 달 생활비는 평균 10만원 정도”라며 “북한 주민의 생활고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얼마전에는 북한 주민의 66%가 끼니를 거른다는 내용의 유엔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경제성장률도 더디다 못해 뒷걸음치는 상황이다. 북한은 최근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제난에서 벗어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북한 당국은 이를 숨기기 위해 국민소득이나 물가 같은 경제지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0.9%와 0.5%로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2009년 화폐개혁 실패는 살인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까지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그나마 민간영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났던 초보적 시장경제마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폐개혁 직후인 그해 12월 북한 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북한 원화의 환율은 30원대였지만 올해 1~2월엔 3000원까지 상승했다가 10월에는 2700~2800원대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권의 가치가 2년만에 100분의 1 수준까지 하락한 것이다.

윤 의원은 “북한은 애초 화폐개혁을 후계자 김정은의 최대 업적으로 선전하려고 준비했지만 계획경제체제가 애초 의도와 달리 오히려 약화되고 곡물가격 폭등으로 근로자들의 생활이 파탄 지경으로 몰리는 등 대혼란만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항에서 대중무역 의존도는 매년 높아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대외무역의 80%를 우방국인 중국에 의존했다. 그나마 중국의 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무연탄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해 근근히 버틴 것이다. 공산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자력갱생으로 강성대국 대문을 보란듯이 열 것”이라며 큰소리를 쳤지만 절대 부가가치의 생산량이 부족한 자력갱생 경제는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대근 기자 @bigroot27>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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