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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석규, 드라마 한 편으로 ‘레전드’ 되다
SBS 수목극 ‘뿌리깊은 나무’가 23일 많은 사람들의 희생끝에 훈민정음의 반포가 결국 성공하는 것으로 끝났다. 

‘뿌리~’는 20회인 마지막회에서 극성을 강화하기 위해 한글 창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암투를 벌이던 사람들의 잇딴 피범벅 죽음속에 백성들이 능청스럽게 한글을 퍼뜨리고 있고, 재상중심정치를 구현하려한 밀본의 중간 실행자로 등장한 한가놈(조희봉)이 수양대군의 책사가 된 한명회였다는 마지막 반전 등 어색한 부분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탄탄한 대본에 의한 미스테리형 극적 구성과 빼어난 영상미를 뽑아낸 장태유 PD의 연출력, 한석규 윤제문 안석환 등의 안정된 연기가 뒷받침돼 어떤 기존 드라마보다도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했다.

‘뿌리~’를 명품드라마로 만든 일등공신은 세종 이도를 연기한 한석규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1995년 ‘호텔’이후 16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한석규는 ‘뿌리~’ 한 편으로 올해 사실상 SBS 연기대상을 거머쥐었으며, 드라마계의 레전드가 되었다.

한석규는 드라마가 출발할 때만 해도 최고의 연기를 펼칠줄 몰랐다. 청년 시절 이도를 연기한 송중기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 5회부터 등장한 한석규가 과연 그 흐름을 잘 이어갈 수 있느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박상연 작가는 “솔직히 한석규 씨가 영화와는 시스템이 다른 드라마를 너무 오래 안해 두 차례에 걸쳐 걱정했었다”면서 “하지만 첫 대본 리딩을 하던 날 한석규 씨는 발성부터 좌중을 압도했고 몰입도가 대단해 나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영현 작가도 “한석규 씨는 극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줘 분위기를 이끌어간 일등공신”이라고 추켜세웠다.


한석규가 맡은 이도는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글자가 권력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펼쳐나가는 방법론속에 다양한 문양의 연기를 펼쳐야 했다. 하지만 한석규는 과거의 성군 이미지가 아니라 왕으로서의 고뇌 뿐만 아니라 때로는 유머 감각까지 지닌 ‘인간적인 왕’의 면모를 잘 보여줘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했다.

한석규의 연기가 워낙 좋아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정기준(윤제문)의 논리가 더욱 밀리는 듯한 양상마저 보였다. 종반에는 세종과 정기준이 20분에 걸쳐 거의 교양프로그램을 방불케하는 ‘끝장 토론’을 펼쳐도 시청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한글 창제와 반포과정에서 생긴 엄청난 스트레스를 상장하는 ‘지랄’ ‘우라질’ 등 욕도 한석규가 하니까 괜찮았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한석규에 빠져있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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