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상·하행열차 ‘기적’처럼…두 아이에게도 기적이?
日영화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일본의 명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14번째 장편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조금 슬프고, 많이 웃기고, 정말로 귀엽고, 아주 따뜻한 영화다. 도대체 그 조그만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로 열린 문을 빼꼼히 열고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상상 속으로 들어가 볼 만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열한두 살쯤의 소년소녀들을 주인공 삼아 유머와 현실 감각을 잃지 않은 섬세한 필치로 그들만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아이들의 세상은 상ㆍ하행선 열차가 마주치듯 어른들의 그것과 만난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세상, 그 접점에 대한 아름다운 우화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소년 오사코 고이지(마에다 고키 분)는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가고시마에 살고 있다. 동생인 초등학교 4학년생 기나미 류노스케(마에다 오사로 분)는 인디밴드 기타리스트인 아빠(오다기리 조 분)와 함께 후쿠오카에 있다. 부모가 이혼했기 때문에 형제도 떨어져 살아야 한다. 한가족이 다시 모여사는 것이 꿈인 류노스케는 마을에 늘 화산재를 뿌리는 사쿠라지마 산이 다시 폭발하기를 바란다. 화산이 폭발하면 마을에서 더는 살 수 없게 되고, 엄마와 함께 아빠가 있는 후쿠오카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류노스케는 학교의 친구들로부터 새로 생기는 고속열차 노선에서 상ㆍ하행선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때부터 형은 형대로, 동생은 동생대로 친구들을 모아 상ㆍ하행선이 마주치는 곳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학교 교실 풍경을 담은 영화의 첫 장면부터 유머가 넘친다. 선생님이 “아버지 직업이 뭐지?” 하고 물으면 뒤에 앉은 소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건 사생활 침해야”라고 중얼거린다. 어른들만 고난을 겪고 행복을 만들어가며 사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도 슬픔과 이별, 절망을 견디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 이 영화는 소년, 소녀들뿐 아니라 류노스케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친구들의 부모, 선생님 등 다양한 인물군상을 통해 그들 각자의 삶과 세상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결국 기적을 이뤄냈을까. 20년 전 화산 폭발로 마을 사람 50명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류노스케가 소원을 빌 수 있었을까. 감독은 “기적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적이 없다고 깨닫고 돌아오면서 일상이 기적임을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고 했다. 22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