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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의 ‘트릴레마’
김정일 사망…세계의 눈 한반도로
후계기간 짧고

군부지지 불안

민심이반 심각


北‘ 존경하는’수식어 첫 사용

김정은 체제 등장 공식선언


軍장악·민심달래기 실패땐

쿠데타 등 권력투쟁 가능성


정부, 北 자극땐 中 쏠림 우려

장기적 위기관리 시스템 절실

‘김정일 갑작스런 사망→북한 사회 혼란→대량탈북 사태→한반도 위기 고조’ 정부와 남북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 중 첫 번째 단계인 37년 철권통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돌연사했다.

한반도 리스크의 뇌관인 북한 절대권력자는 ‘미완의 후계자’를 유산으로 남기며 한반도 정세를 안갯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북한의 미래를 전혀 예단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권력의 키를 넘겨받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후계자로 공식 데뷔한 지 1년 남짓의 베일 속 인물이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후계자 김정일이 이미 권력의 정점에 올라 있었던 것과 달리,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과 고모 김경희 등 로열 패밀리와 군부라는 복잡한 권력 퍼즐 속에 여전히 갇혀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20일 “김정일 시대로 넘어올 때는 오랜 준비가 있었지만 김정은 시대는 후계구축 기간이 짧았다”며 “김정은 시대는 김정일 시대와 비교할 때 권력적으로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속화하는 식량난ㆍ경제난에 김정은이 주도했다 실패한 화폐개혁 이후 동요하고 있는 민심은 최대의 불안요인이다. 탈북자 출신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94년 김일성 사망 때는 굶어죽지 않게 배급은 줬지만 지금은 풍비박산”이라며 “북한에 엄청난 정치적 시련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군부 달래기(핵 보유)와 민심 회복(비핵ㆍ개방경제)이라는 상반된 딜레마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할 경우 물밑 권력투쟁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오경섭 박사는 “그는 상당히 젊고 권력투쟁 경험이 일천하다” 면서 “김정은 체제가 (정책 갈등으로) 권력투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상당히 있고, 김정일 장례기간부터 3년 동안 군부 쿠데타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특히 김 주석 100주기에 이어 김 위원장 1년 탈상이 끝나는 내년 이맘때 권력 재정비 과정에서 1차 고비점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정은의 세습이 공식화한 만큼 단기간에 북한의 급변 또는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주된 전망이다.

실제로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의 이름 앞에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새롭게 붙이는 등 김정은 체제의 등장을 공식 선언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의 대응 역시 김일성 사망 때와는 달리, 철저한 리스크 관리 중심의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이번 상황을 북한 붕괴로 간주하고 북한에 위협을 가한다면 중국이 (북한에) 더 많은 보장을 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내부 수습 과정 중인 상황에서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면서 “북한의 돌출행동만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대북 라인도 잘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김일성 사망 당시 논란이 됐던 정부 차원의 조의 표명과 조문단 파견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전향적인 태도를 주문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에서는 무대응과 애도 표시, 조문단 파견 등의 방안이 있다”면서 “남북관계 악화를 피할 수 있는 무난한 방안은 미국 등 주변국들과 비슷한 수준의 애도 표시만 하고 조문단을 보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기회에 조문단까지 파견해 북측에 남한정부의 유화ㆍ협력의지를 전달하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상당수 제시되고 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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