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과 SLS그룹 로비사건이 이명박 정부 임기말 전형적인 ‘게이트(권력형 비리)’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양 사건의 핵심 유동천(71) 제일저축은행 회장과 이국철(49ㆍ이상 구속기소) SLS그룹 회장이 입을 여는 족족 대통령의 친인척과 정관계 여권실세의 연루의혹이 드러나며 이 같은 우려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유 회장에게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실 박배수(46) 보좌관, 4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대통령의 처사촌 김재홍(72) KT&G 복지재단 이사장을 구속했다. 여기에 대통령 손윗동서도 제일저축은행 고문료 명목으로 3년간 약 4억원을 받은 정황을 파악하고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같이 죽자’는 듯 거침 없이 쏟아내는 유 회장의 입에선 정관계 실세뿐 아니라 야권 실력자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감사원 소속 고위 공무원과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 회장의 사실상 고향인 강원도 지역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다. 실명으로 보도된 일부 야권 인사 측은 혐의를 전면부인하며 언론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SLS그룹사건 역시 이국철 회장이 ‘이렇게라도 살아야 한다’며 친소 관계를 막론하고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입에 올리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지식경제부 출입기록을 입수해 그가 당시 지경부 1차관이던 임채민(53)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난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이 회장은 그에게 1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소개로 임 장관을 만나 SLS조선의 구명을 부탁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임 장관은 이에 대해 만난 사실은 있지만 신 전 차관이 소개한 자리가 아니며 업계 사정을 청취하는 자리였을 뿐이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입 때문에 검찰 수뇌부도 흔들렸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과 면담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김 전 총장은 졸지에 업무상 만난 사실을 공개하고 청탁과 일절 무관했다고 해명해야만 했다. 이상득 의원실 박 보좌관은 구속 당시 저축은행 건과 함께 그에게 6억여원을 받은 혐의도 같이 적용돼 양대 사건에 휘말린 신세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별건으로 수사중인 부산저축은행 아파트 건설사업 인허가 청탁사건과 관련, 한나라당 이성헌(53) 의원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조용직ㆍ김우영 기자/yj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