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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 절대평가 실시…‘사교육 열풍’ 우려도
학업성취 수준에 따라 A부터 F등급으로 표시
성적 경쟁률 감소하는 대신, 자사고 특목고 열풍 ‘우려’

중학교는 내년부터, 고등학교는 오는 2014년부터 내신 성적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돼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3일 이같은 내용의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과부 설동근 제1차관은 “ 등급제가 등수에 따라 학생을 줄 세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봐 적성과 진로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지 못하게 한다”며 절대평가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성취평가제는 적성과 소질에 따라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교육과정에 맞춰 개발된 기준에 따라 성취수준을 평가받는 것으로 학교교육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같이 발표된 일반계 고교의 절대평가는 내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4학년도에 전면 실시될 예정이며,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는 실습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 내년 1학기부터 곧바로 도입할 계획이다.

▶평가 등급은 어떻게= 절대평가제로 인해 고교생들은 다른 학생과 관계없이 자신만 잘하면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평가제에서 한 학년 100명이 시험을 치른다면 등급 구분 기준에 따라 4명만 최고 등급(1등급·응시자의 4%)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90점을 넘긴 학생이라면 누구든 최고 등급(A)이 주어지게 된다.

과목별로는 국·영·수·사회·과학·제2외국어 등 대부분 과목에 대해서 A-B-C-D-E-(F) 6단계 평가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체육·예술 과목은 A-B-C-(F) 4단계, 논리학 등 일부 교양 과목은 P(Pass), F(Fail) 2단계 구분 평가를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학업평가는 9단계로 분류하던 학생 과목별 석차 등급이 없어지고 성취도만 표기된다.
또 최하위 점수인 F를 받으면 해당 과목을 다시 이수하도록 하는 ‘재이수제’는 2013학년도에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결과를 바탕으로 2014학년도 전면 시행에 맞춰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9년만에 재도입된 절대평가제= 절대평가제는 정부가 지난 1996년 도입했던 방식이다. 하지만 2006년부터 지금의 상대평가로 다시 바뀌어진 이유는 문제를 미리 알려주거나 쉽게 내는 방법으로 성적을 부풀리는 일이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1999년에는 서울의 286개 고교 가운데 26곳이 성적을 부풀린 사실이 감사에서 확인돼 재시험을 치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시경쟁이 여전한 상황에서 똑같은 ‘성적부풀리기’의 실패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성적부풀리기에 대한 판가름의 기준이 나오기 때문에 점차 학교에서도 성적부풀리기가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교과부의 입장이다. 교과부는 절대평가제와 관련, ‘내신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하기 위해 성취도별 학생분포 비율을 정보 공시하도록 했다. 또 관리 실태도 점검해 성적 부풀리기가 의심되는 학교는 감사 등을 통해 인사·행정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이와관련,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입시경쟁에서 예전의 성적부풀리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강화된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고 불리, 자사고 특목고에 유리?= 절대평가는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 자율형 공·사립고에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은 성적이 비슷한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내신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절대평가제도에서는 이 취약점이 상당 부분 해소되기 때문에 다시 특목고 등의 입학 경쟁률이 치열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고가 갖고 있던 내신의 혜택이 사라지면서 다시 자사고나 특목고 열풍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고교서열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상에서 절대평가제도가 고교서열화를 고착화시킨다는 부작용을 비판했다.

▶사교육 열풍으로 이어질까?= 절대평가로 인해 대학은 내신비중을 줄이고 다른 분야의 비중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사교육 열풍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교에서는 변별력을 위해 수능이나 대학별고사를 더욱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번 개편으로 사교육이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질 높은 교육과정의 시도 가능= 절대평가제도로 인한 우려로 여러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한 희망적 견해도 나오고 있다.

절대평가로 인한 교사들의 평가부담이 적어지면서 교과목표에 따른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김성천 부소장은 "그동안 상대평가제도에서 어려웠던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특성화가 이제 질높은 수업과 여러 방법의 교육적 시도를 통해 보다 발전된 내신체제 구축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라지는 학교문화에 따른 수험생 대응법= 고교 내신 제도가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뀌면 학생들의 일상생활과 학교 문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절대평가에서 A등급은 기존의 1·2등급 통합하게 되므로 상위권의 변별력은 이전보다 감소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교실 내 상위권 학생들의 내신 경쟁모습이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중상위권·중위권 학생들의 치열한 경쟁을 예상하고 있다.

수험생들의 입시준비 방법도 바뀌어 질것으로 보인다. 상위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은 내신에서 A등급을 받는 것이 대단히 중요해졌으므로 평소 학교 시험성적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교과부가 “서술형 평가의 질과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에 주목, 꾸준한 독서와 토론 글쓰기 연습을 통해 논술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육성연 기자〉so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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