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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형배에 실린 전설의 보물선
스필버그의‘상상력’·피터 잭슨의‘기술력’으로 태어난‘틴틴:유니콘호의 비밀’…현존 최고의 3D 자랑
낡은 골동품과 중고품들이 좌판을 채우고, 오고가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시장통. 휴대폰도 없고 전광판도 없는 20세기 초반쯤의 고색창연한 거리를 누비는 소년기자 틴틴과 그의 애견인 화이트 폭스테리어종의 스노위. 거리의 화가에게서 초상화를 그려받은 틴틴은 진열대에서 아주 흥미롭게 생긴 배 모형을 하나 발견하고 얼른 집어든다. 주인과 흥정 끝에 싼 값으로 넘겨받은 틴틴은 모형배를 노리는 수상한 이들로부터 잇따라 공격을 받게 된다. 어린 ‘특종기자’의 촉수는 배에 얽힌 심상치 않은 기운과 비밀, 음모를 직감한다. 자, 이제부터 피를 끓게 하고 소름이 돋으며 온몸의 신경세포가 곤두서는 신나는 모험이 펼쳐진다. 웰컴 투 스티븐 스필버그 월드! 피터 잭슨이 제작하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애니메이션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이 8일 개봉했다.

시장에서 그를 그렸던 거리의 화가는 벨기에의 조르주 프로스페 레미. 필명인 에르제로 더 많이 알려진 원작만화 ‘틴틴의 모험’의 작가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오마주’(헌정)의 의미로 에르제(의 캐릭터)를 출연시켰고, 주인공 틴틴의 원작 만화 캐릭터를 초상화로 보여준다. 에르제로부터 틴틴을 넘겨받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그의 오랜 팬들이 익숙한 ‘인디애나 존스’같은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다.

우연히 얻게 된 비밀과 음모의 조각이 있고, 단서를 찾아헤매는 기자가 있다. 오래전 심해에 침몰한 배에 수많은 보물이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드러나고, 정체 모를 악당들이 그 뒤를 쫓는다. 옛 영화, 옛 탐정소설를 보는 듯한 고전적인 모험담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1930년대에 처음 세상에 선을 보인 만화 틴틴 시리즈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어했고, “영화가 원하지 않은 것은 휴대폰과 텔레비전, 또는 현대의 자동차 같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을 맡은 피터 잭슨은 “날카로운 느낌을 지닌 복고풍의 범죄드라마, 중절모와 트렌치 코트, 그리고 그림자가 드리워진 비오는 거리에 우리가 만들어낸 틴틴의 세상이 있다”고 했다. 


틴틴은 유니콘호의 모형배를 얻었지만 집을 비운 사이 도둑맞고, 취재를 계속하던 중 배에 얽힌 전설을 알게 된다. 암호 같은 메시지를 발견한 틴틴은 퍼즐을 완성시켜 줄 유니콘호의 선장 후손 하독을 만나 유니콘호의 잔해를 찾아 모험에 나선다. 하지만 하독은 이미 술주정뱅이에 퇴물 선장이 돼 있었고, 보물을 노리는 또 다른 악당이 있었으니 하독 가문과 원수인 레드 라캄 집안의 후손 사카린이다.

스릴 넘치는 액션과 추격전의 최고봉인 감독답게 스필버그는 초반 개와 고양이의 쫓고 쫓기는 장면부터 사막, 벼랑, 바다에 이르는 거대한 스펙터클까지 스크린에 담아낸다. 특히 틴틴의 단짝인 흰둥개 스노위를 활용한 유머와 액션이 돋보일 뿐 아니라 여러 차례 개의 눈높이에 카메라를 위치시킴으로서 3D 효과를 극대화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반지의 제왕’을 제작했던 피터 잭슨의 특수효과 회사 웨타디지털의 3D 영상효과는 현존 최고 수준이다. 배우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기록해 스크린에 재현하는 3D모션 기법이 사용됐다.

틴틴이나 귀엽고 똑똑한 스노위, 주정뱅이 하독 선장, 포악한 사카린뿐 아니라 그 뒤를 따르며 늘 뒷북수사와 허무개그를 보여주는 쌍둥이 형사까지 캐릭터의 개성도 빼어나다.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이 틴틴의 목소리를 맡았고 앤디 서키스, 대니얼 크레이그, 사이먼 페크 등도 가세했다. 하독 선장과 악당 사카린의 모습이 실제 피터 잭슨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외모와 흡사한 점도 재미있다.

에르제는 21살이었던 1929년 소년 기자 틴틴과 스노위의 모험담을 그린 ‘틴틴의 모험’ 연재를 시작했고, 이후 50년간 24권의 단행본으로 선을 보여 유럽과 미국, 아시아까지 어린이, 청소년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다. 에르제는 생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만날 약속을 했으나 이루지 못하고 1983년 타계했으며 스필버그는 틴틴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인디애나 존스’를 연출했다. 이후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 의기 투합해 결국 틴틴이 스크린에 옮겨졌다. 한마디로 애니메이션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최고들이 모여 상상 이상의 기술력과 기술력 이상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체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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