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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는 사기꾼 위에 나는 사기꾼
사기죄로 수감생활을 한 복역자가 이번엔 사기 피해자가 됐다. 수감당시 같은 교도소에서 같은 사기죄로 수감생활을 했던 교도소 동기에 의해서다.

사기죄로 성동구치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나온 A씨는 지난 2008년 5월 수개월간 한방에 썼던 Y(52ㆍ여)씨가 출소하자 자주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친하게 지냈다. 동년배일뿐만 아니라 같은 사기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
그러던 어느 날 Y씨가 “남편이 700억원 정도를 관리하는 종교재단 이사장의 양아들이다. 이사장이 치매에 걸리는 바람에 곧 유산을 물려받을 것 같다”며 돈을 얼마간 빌려주면 곧 두둑한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A씨는 처음에는 ‘설마’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Y씨가 재단 사무실을 소개해주면서 천문학적인 숫자가 찍힌 예금통장을 보여주고 두꺼운 금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자 의심이 점점 걷히기 시작했다. 급기야 수북이 쌓인 금괴 덩어리까지 본 A씨는 Y씨를 철석같이 믿고 돈을 보내주기 시작했다.

A씨가 빚 독촉을 하면 Y씨는 “나중에 재단 재산의 절반을 주겠다”며 오히려 돈을 더 받아갔다.
주변에서 온갖 돈을 끌어다 바치던 A씨는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몰래 알아본 결과 종교재단은 진짜이긴 했지만, 윤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그제야 ‘속았다’고 생각한 A씨는 돈을 돌려받으려 했지만 Y씨가 이런저런 핑계
를 대며 외면해 결국 “Y씨가 나를 속여 100억원을 가로챘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검찰 조사결과 통장거래내역 조회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피해 금액만 2009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20억원에 달했다. A씨가 목격했던 금괴는 벽돌에 금색 테이프를 붙여 만든 가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조남관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Y씨를 구속기소했다. 교도소 인연은 그렇게 또다른 범죄로 이어지며 끝이 났다. 검찰 관계자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황혜진기자@hhj6386>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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