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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만의 ‘지급증’ 써주고 100억 빼돌려…사금고 전락한 저축은행
제일저축은행엔 일반 금융기관에선 찾아볼 수 없는 ‘지급증’이란 게 있었다. 직원들은 그들만의 지급증을 보면 으레 유동천(구속기소) 회장이 또 은행 금고에서 돈을 빼갔으려니 생각했다. 이 돈은 고객 명의를 도용한 불법대출로 채워넣었다. 법적인 효력이 전혀 없는 이 종이 한 장으로 유 회장은 은행 돈을 마치 자기 호주머니에서 꺼내쓰듯 했다. 이렇게 유 회장이 횡령한 돈만 158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해온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이 30일 그간의 수사경과를 종합·정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그동안 저축은행 운영은 ‘복마전’을 연상케한다. 합수단은 지난달 9월 영업정지된 제일, 제일2, 토마토, 에이스, 파랑새, 프라임, 대영 저축은행 등 7곳의 대주주와 경영진이 수천억원대 불법대출을 받아 고급 스포츠카와 명품시계 구입, 유흥비 등에 쓰는가 하면 대주주가 고객 1만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1000억원대 대출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에이스저축은행으로부터 6900억여원을 대출받은 고양종합터미널 시행업자 이모(구속기소) 씨다. 이씨는 별다른 담보도 없이 천문학적인 돈을 빌려 강남 유흥가의 황제로 군림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유씨는 포르쉐, 벤틀리 등 고급 외제차 2대를 끌고 다녔고 롤렉스, 피아제 등 고급 시계와 에르메스 등 명품가방으로 치장하고 다녔다. 그가 5년 동안 뿌린 유흥비만 24억원이었으며 아예 120억원을 들여 강남의 나이트클럽을 인수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유동천 회장은 주식투자나 다른 금융기관 인수 시도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해 제일저축은행에 1000억원의 부실을 떠넘겼다. 유 회장은 이를 고객 1만1000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1247억원을 빌려 상환하는 불법으로 메웠다.

토마토저축은행 신현규(구속기소) 회장은 1018억원이란 거금을 빌려주면서 시세를 알 수 없는 탱화 3점을 아무 근거없이 110억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합수단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한 신 회장은 41명의 이름을 빌려 3788억원을 토마토저축은행에서 빌리고 이 돈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했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거액의 손실이 발생하자 또다시 은행 돈을 끌어와 손실을 메웠다.

그는 2007년 캄보디아에 불어닥친 부동산 투기 바람에 편승해 4개 차명회사 명의로 600억원을 불법대출받아 캄보디아 프놈펜, 시엠립 등지의 부동산을 구입하기도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토마토저축은행을부실 더미에 앉히고 말았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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