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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수본’ 정진영 “모든 틀이 맞춰지고 뛰어들었다”(인터뷰①)
“장르영화의 장점을 잘 살려 한 시간 오십분 동안 긴박감 있게 전개돼 빨리 지나가더라고요. 영화는 만족스럽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등 어떤 작품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또 어떤 작품에서는 따뜻한 옆집 아저씨 같은 포근한 인상을 심어주는 팔색조 같은 배우 정진영. 제법 쌀쌀해진 지난 11월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새 영화 ‘특수본’(감독 황병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진영은 이번 영화에서 등장 빈도가 높은 배역이 아니다. 하지만 작품을 감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존재를 잊지 못할 것임은 분명하다. 정진영은 이미 그존재만으로도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그런 배우다.

“영화를 선택하게 된 것은 제작사 수박과의 인연 때문입니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2009, 감독 홍기선)을 힘들게 완성했던 만큼 믿음이 있고, 또 굉장히 어렵게 부탁을 하더라고요. ‘특수본’에서 제가 연기할 역할이 심플하고, 나타내는 바가 명확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는 동료 경찰의 의문의 살해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특수본’에서 사건에 분노, 특별수사본부를 조직해 지휘하는 경찰서장 황두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황두수라는 인물은 때로는 강한 결단력을, 때로는 특수본 형사들을 먼저 생각하는 소속감을 보여주며 특수본을 이끌어간다.

“인연도 그렇고 무엇보다 굉장히 강렬한 역할이고, 작품 역시 흥미가 있어서 끌리게 된겁니다”

앞서 정진영은 언론시사회 당시 비중에 대한 질문에 “주-조연이 작품을 선택하는 조건이 되지는 않는다”고 배우로서 개념있 는 발언을 해 한차례 눈길을 끌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시나리오의 완성도, 또 어떤 때는 호흡을 맞추는 배우. 이런 식으로 그때 그때 달라요. 무엇보다 작품에 마음이 끌리는 것이 우선이죠”



이번 영화에서 그는 엄태웅과 주원, 그리고 성동일, 김정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아닌 다소 떨어진 곳에서 이들을 응시하는 역할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등장 횟수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황두수의 역할은 원하는 바가 명확했어요. 때문에 그것을 그려내려 최선을 다했죠. 마치 장식이 없는 정복 같은 연기를 했어야 했고 ‘주목을 받아야 겠다’고 선택한 영화는 아닙니다. 누가 뭐래도 이 영화의 메인은 특수본 형사들이고 저는 명백한 조연입니다”

최근 그는 KBS2 월화드라마 ‘브레인’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KBS가 처음 내놓는 정통 메디컬 드라마이기도 하거니와 방대한 스케일, 화려한 출연진으로 방영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브레인’ 역시 대본과 기획서를 읽고 굉장히 흥미를 느꼈어요. 지난 6월 말께 결정을 지었죠. 재미있기 때문에 즐겁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드라마 촬영에 힘들만도 한데 “재미있다” 말하는 그의 환한 미소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애정이 확실한, 천생 배우였다. 그러나 연기자가 갖고 있는 ‘재미’와 ‘흥미’를 시청자나 관객들이 동시에 느껴야 작품은 빛을 발한다. 그리고 연기를 했던 배우, 촬영을 한 제작진 역시 힘을 낼 수 있다.

정진영에게 드라마의 시청률, 영화의 흥행 스코어는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무너뜨릴 만큼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

“시청률과 흥행, 연연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그것으로 일희일비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에요. 극중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하는 것이 기본이고 저는 그 기분을 중요시합니다. 물론 영화의 흥행과 드라마의 시청률을 신경 쓰긴 하지만 그것이 작품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면 안될 것 같아요”

그는 작품을 ‘재미’와 ‘이끌림’으로 선택하고 출연 배우들, 스태프들과 깊이 호흡하며 서서히 캐릭터에 녹아든다. 이번 영화에서도 정진영이 그린 황두수에게 위화감이나 이질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특수본 형사들이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그 호흡이 영화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습니다. 저는 워낙 조금 나와서(웃음)”이라고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 듬직하게 작품의 균형을 잡았고 강렬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극중 황두수는 전체적인 틀 속에 정해져 있는 역이였죠. 그래서 제가 무엇을 제안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제 역할에서 어떤 제안을 하면 갖춰진 틀이 흔들리기 때문이죠. 사실 작품을 하면서 감독과 대화, 토론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 영화는 그러지 않았어요. 일부러 저의 이야기를 하자면 틀어져 버리니까, 모든 틀이 잡힌 뒤 들어가게 됐죠”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알고 있는 배우 정진영. 액션수사극이라는 장르영화 속 특별수사본부 형사들의 긴박함을 더 빛나게 해준 장본인이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숨은 조력자라 할 수 있다.

“영화의 감상은 관객의 권리예요.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굉장히 재미있고, 장르영화의 긴박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관객을 향한 짧고 명료한 그의 당부가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갖춰진 틀에 뛰어든 정진영의 ‘특수본’은 11월 24일 관객들을 찾는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 hajin@issu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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