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서 은행 예금의 이탈 현상이 일어나 유럽은행들이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재정 위기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은행에서 예금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유럽의 상황이 악화하면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발생하거나 예금 인출 사태가 역내 다른 국가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최근 몇 개월 동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은행에서 수십억 유로의 예금이 빠져나가 지난 3분기에만 예금이 최소 10%가량 줄었다.
스페인에서는 6대 대형 은행 중 5곳의 예금이 감소했고 이탈리아에서는 대형 은행 중 5곳의 예금이 줄었다.
기업과 기관 고객의 예금 이탈 현상이 개인 고객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대형 은행들은 기업과 기관 고객의 예금이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이나 기관 고객들이 개인 고객보다 예금을 다른 국가의 은행으로 옮기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은행 계좌를 바꾸는 데 보수적인 유럽의 개인들도 기업만큼 계좌를 많이 바꾸지는 않지만, 예금 계좌에서 돈을 빼내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은행 채권을 사고 있다.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 키너 라카니는 “예금 인출 사태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유럽 은행들이 개인 고객의 예금을 중심으로 수천억 유로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있다면서도 예금 인출이 계속되면 금융시장에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은행들은 내년에 채권 상환 등 자금 수요가 많아 예금을 늘리거나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발행이 힘들고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채권보다는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낮은 예금을 늘리는 게 유리하다.
유럽 은행들은 이에 따라 고금리 지급, 유명 스포츠 스타 동원 등을 통해 예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은행들은 ECB의 기준 금리 1.25%보다 훨씬 높은 연 4%의 예금 상품을 팔고 있으며 포르투갈의 한 대형 은행은 자국의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기용해 고금리 예금 상품 판매에 나섰다.
일부 은행들은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에서도 신규 고객 유치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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