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한국에서 장근석은 무조건 먹히는 카드가 아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장근석의 연기는 좋았지만, 더 큰 혜택은 ‘강마에’ 김명민에게 돌아갔다. 일본에서 이례적으로 3차례나 지상파에서 방송된 장근석 주연의 ‘미남이시네요’와 ‘매리는 외박중’도 한국에서는 그리 히트한 드라마는 아니다.
지난 10일 개봉한 장근석과 김하늘 주연의 영화 ‘너는 펫’은 개봉 첫 주말 불과 19만6755명을 기록했으며 20일까지 총 41만1506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5위에 머물러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남녀 주연배우가 누구인가가 관객동원의 큰 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근석의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장근석이 난리다. 배용준의 인기를 이미 넘어섰다. 가수도 아닌 배우가 일본에서 5차례의 아레나 투어를 성공적으로 끝냈으며, 팬들의 성화에 못이겨 오는 26일 도쿄돔에서 다시 한 번 단독공연을 펼친다. 4만5000석의 도쿄돔은 티켓판매가 개시되자 마자 매진됐다. 가수 소녀시대의 일본 목표가 도쿄돔에서의 단독공연이라고 했는데 가수가 아닌 배우 장근석은 너무나 쉽게 도쿄돔 무대에 서게됐다.
장근석은 지난 6월 첫 사진집 ‘제이플러스(J Plus)’ 발매 기념 마케팅을 위해 일본에 갔을때 같은 시기에 방문 중이던 국제적 이슈메이커 레이디 가가보다 2배도 넘는 취재진을 참석하게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의 ‘근짱 장근석 신드롬’은 예사롭지 않게 전개됐다.
장근석은 조용하면서 미소짓는 여느 한류스타와 달리 적극적이고 ‘나대는’ 스타일에 일본팬들은 환호하고 있다. 일본 팬들은 스타가 손만 잡아줘도 황송해 하는데 장근석은 팬에게 셔플댄스를 가르쳐 주니 ‘뿅’ 하고 간다. 이건 팬에게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스타에서 한 단계 진화한 유형이다.
이런 장근석의 모습을 일본 매스컴은 잘 써먹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장근석의 한류 팬들이 장근석에게 빠지는 이유중의 하나가 “이번에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하는 기대감”이라는 것을 보면 예측불가능성은 장근석의 셀링 포인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도 좋을 때의 얘기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일본 언론도 카리스마와 장난기를 두루 지닌 장근석을 우호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 배용준처럼 변화가 없는 스타는 재미는 덜할지 모르지만 구설수에 오를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마 장근석은 다르다. 그가 하는 격식파괴 언사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장근석은 일본에서 ‘도에스(どS 심한 새디스트)’라는 칭호가 붙기도 한다. 팬들과 심한 장난을 치는 것을 즐기는 스타라는 말인데, 좋게 볼 때 그런 것이고 반대로 해석될 여지도 내재돼 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장근석의 스타일은 분명 희소가치가 있고, 앞서가는 스타일로도 볼 수 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겸손이 최대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팬들이 저를 사랑하는 이유는 자유로운 정신세계 때문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과 확신도 부럽다.
하지만 자신의 발언과 행동이 어떻게 해석될지도 생각하는 게 현명한 대처다. 스타는 한국이건 일본이건 팬들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의 지배를 벗어날 길이 없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