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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명물 무인안내기 흉물 전락
명소·식당 등 24시간 소개

3년전 서울 종로일대 설치

스마트폰 앱 에 밀려 찬밥


대부분 작동않고 ‘수리중’

구청 관리부실도 도마위

지난 16일 일본인 관광객 가즈미(32ㆍ여ㆍ나고야)씨는 서울 종로1가 사거리에 설치된 무인관광안내시스템 기기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홀로 관광을 온 그는 이날 서울 삼청동을 찾아가던 중 길을 잃었다. 지도를 봐도 도통 길을 찾기가 어렵던 차에 기즈미씨는 길 가에 놓여있는 무인관광안내시스템을 발견했다. 하지만 터치스크린에 쓰여있는 ‘관광명소’ 메뉴를 수차례 눌러도 기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가즈미씨는 “길 건너 편에 있는 다른 기계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아예 화면이 꺼져있어 사용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가 지난 2009년 4월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 및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무인관광안내시스템이 도심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3년 전엔 ‘서울 명물’, 지금은? =무인관광안내시스템은 종로 일대의 관광명소, 추천음식점, 숙박시설, 쇼핑정보 등 각종 관광편의시설을 한국어ㆍ영어ㆍ일본어ㆍ중국어 등 4개 언어로 제공하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디지털 관광안내시스템. ‘웨이비비전’이 개발한 제품으로 ‘임베디드보드’라는 자체 기판에 콘텐츠를 내장해 고장을 줄이고 24시간 작동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당시 종로구는 “서울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를 것”이라며 청계광교와 종로1,2가 대로 등 종로 일대에 10대의 무인관광안내시스템 기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3년 만에 명물은 흉물이 됐다. 10대 중 3대가 철거 돼 현재는 7대만 남았다. 이마저도 파손 및 교체부품 단종 등이 이유로 2대가 추가 철거 예정이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나머지 5대도 가즈미씨의 경우처럼 화면은 켜져있지만 작동은 하지 않는 등 무용지물인 상태가 대부분이었다. 작동이 멈추거나 철거 예정인 기기에는 별다른 안내없이 화면 위에 ‘수리 예정’이라는 글귀가 쓰인 A4용지가 붙어있는 것이 전부였다.

흉물된 이유?= 3년 전 명물이 도심 흉물이 된 이유 중 하나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크게 늘었고, 길찾기나 여행 안내 애플리케이션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등 지난 3년 동안 관련 기술이 첨단화 되면서 무인관광안내시스템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크게 줄어서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3년 전과는 달리 모바일이 대세가 됐고 IT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예상보다 이용률이 높지 않다”며 “현재로선 (시스템) 축소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부러 철거를 하진 않지만 파손 등 사유가 발생하면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의 무질서한 행동으로 인한 기기 파손도 원인 중 하나. 무인관광안내시스템이 대부분 대로변 등에 놓여있는 탓에 술 취한 사람들이나 교통사고로 인해 기기가 파손되는 경우가 적잖이 발생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술을 마신 사람들이 모니터나 보호판 유리 등을 파손하는 경우가 많다. 파손된 기기의 경우 교체부품이 단종돼 수리가 불가능하다”며 “설치 당시 총 1000여만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파손 및 고장 등으로 수리 비용이 더 많아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단 만들어 놓고 관리는 나몰라라=관리를 소홀히 한 구청이 무인관광시스템을 흉물로 전락하게 한 이유라는 지적도 있다. 제작업체인 웨이비비전 관계자는 “우리는 제작만 담당했고 관리는 구청에서 담당한다. 수리가 필요하면 구청에서 우리 쪽으로 연락을 해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담당 직원이 계속 바뀌면서 다들 ‘이전 직원들이 했던 일이라 자신은 모른다’는 식”이라며 “되레 사용자들이 기기에 적혀있는 회사번호로 전화를 걸어 ‘기능을 추가해 달라’고 요구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체부품이 없어 수리가 불가능해 철거 한다’는 구청의 입장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품이 단종돼 수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구청에서 요구를 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우리도 수리에 나설 수 있다. 설치 당시에도 시범사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대당 1000만원인 기기를 80여만원에 설치해줬다. 우리가 손해를 보면서 관리까지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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