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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셧다운제, 적절한 통제가 아이를 구한다
쾌감·흥분 자극하는 게임

청소년 스스로 끊기 어려워

심야·새벽시간대 사용제한

유해 자극차단 기폭제 기대



“딱 30분만~ 하고 접속을 했는데, 일단 시작하면 결국 무너져서 밤을 새우곤 해요.”

게임 사용 장애로 병원을 찾은 한 학생의 이야기다. 그 학생의 어머니가 하소연한다. “아이가 게임을 줄여보려고도 하고 안 하려고도 하는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되나 봐요. 누가 좀 외부에서 끊어줬으면 좋겠는데.”

이 어머니는 게임에 몰두했을 때 간섭이라도 하면 화를 내고 대들어 말을 걸기가 무섭다고도 말한다. 게임 사용 시간을 의지로 조절하기 어려운 점은 게임 사용 장애의 공통된 현상이다. 게임 자체가 쾌감과 흥분을 동반한 자극이다 보니 일부 취약한 아이들에게는 게임이 중독성 자극이 돼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게임 사용 장애 아이들은 정상 지능 수준의 아이들인데도 동작성 지능에 비해 언어성 지능이 상대적으로 저하돼 있다. 언어성 지능이란 말로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의사소통이나 학습 능력에 영향을 준다. 이 능력은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모와의 대화나 대인관계, 책읽기를 통해 발달되기도 한다.

이처럼 후천적으로 경험, 학습, 환경이 뇌 발달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학자들은 뇌신경가소성이라고 부른다. 지능은 자아 기능과 직결되고, 자아 기능이 좋아야 충동조절, 감정조절, 고차원적 사고, 계획성 있는 문제해결 등이 가능한데, 언어성 지능이 저하돼 있는 아이들이 계속 게임 사용 장애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그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자녀 양육에는 돌봄과 통제라는 두 가지 중요한 축이 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사랑으로 돌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잘못된 습관이 생기지 않도록 지켜주고 통제하는 것이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이 두 가지가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불화, 부모의 우울, 무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들이 모두 모범적인 양육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지 못하다. 그 와중에 아이를 유혹하는 주변 유해 자극들은 점점 늘고 있다. 처음에는 신경질적이고 부모에게 대들며 폭력적인 그림을 그리던 아이들이 치료 과정을 통해 게임 사용이 줄면서 밝아진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어차피 자기 의지로 조절이 어려운 게임 장애에 빠진 아이들에게 게임을 무한정 허용해 놓고 나중에 야단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최근 만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의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인 ‘셧다운제’의 실시는 우리 사회 게임 중독 아이들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반가운 소식이다.

셧다운제에 대한 찬반 논란도 있고 그 실효성 관련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게임중독을 예방하는 판매 제한 정책의 하나로서 반드시 필요한 시도다. 앞으로 아이들이 유혹을 느끼지 않도록 유해 자극을 차단해주고, 조절 능력이 약한 아이들 대신 부모와 정부가 나서서 관심과 통제를 적절히 공급함으로써 매일 칭찬받고 행복한 아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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