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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육감적인 에바”
뮤지컬‘에비타’주연 박상원·리사…히트넘버 26곡을 말하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 격정적인 드라마. 남미의 열정을 가득 담은 탱고와 화려한 의상.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대작 뮤지컬 ‘에비타’가 5년 만에 한국어 버전으로 무대에 오른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중후한 매력을 지닌 ‘꽃중년’ 배우 박상원과 가수 출신의 뮤지컬 배우 리사가 극 중 커플로 호흡을 맞춘다. 박상원은 극 중 대령에서 최고 권위의 대통령 자리까지 오르는 매력남 ‘후안 페론’ 역을 맡았고, 리사가 아르헨티나의 국모 ‘에바 페론’으로 분해 불꽃같은 로맨스를 펼친다.

‘에비타’는 사생아로 태어나 한 나라의 퍼스트레이디까지 올랐던 여인 에비타의 삶과 사랑을 드라마틱하게 그린 작품. 음악과 드라마, 시각적 볼거리 세 박자가 잘 어우러진 명작으로 손꼽힌다.

뮤지컬 팬이 아니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곡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주옥 같은 26곡이 귀를 사로잡는다. 여기에 화려한 탱고부터 왈츠와 폴카 등 끊이지 않는 화려한 춤이 관객들을 매혹한다. 지난 8일 서울 예장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박상원과 리사를 함께 만났다.

▶박상원-리사 “무슨 일이 있어도 뮤지컬만은!”=배우 박상원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TV에서는 종종 MC나 배우로 얼굴을 비치고,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다.

틈틈이 (하루) 2시간 이상 운동으로 체형을 관리하는 운동마니아로 잘 알려진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길을 거닐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준프로급 포토그래퍼다. 집에서는 다정다감한 아빠, 남편으로서의 따뜻함도 잃지 않는다. 거기에 중년의 남자배우에게 가장 어렵다는 장르 뮤지컬에 꾸준히 도전하며 배우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내년 초에는 연극 ‘레인맨’으로 무대에 설 계획도 촘촘히 세워놨다.

박상원은 뮤지컬에 유독 애정을 갖고 있는 이유를 독특하게 설명했다.

“배우로서 뮤지컬이라는 작업은 바빠야만하는 장르로, 매력이 있다. 나는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근면성실이라고 보는데, 뮤지컬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해야 하는 가능한 장르라서 좋다”고 말했다. 뮤지컬과 체질적으로 잘 맞는다는 얘기다.

상대 역인 리사 씨와는 이번이 첫 작업. “ 방송을 하면서 끊임없이 뮤지컬에 노크하는 것은 실력있는 후배들, 끊임없이 좋은 에너지를 북돋아주는 치열한 분위기가 좋아서인데 리사도 내게 자극을 주는 후배 중 한 명”이라며 리사의 성실성에 찬사를 보냈다.

리사 역시 꾸준히 뮤지컬계에서 입지를 넓혀온 여배우. 가수로 데뷔를 했지만 그보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건, 뮤지컬을 통해서다. ‘광화문연가’, ‘대장금’ 등을 통해 실력파 여배우로 인정받아 왔다. 극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에비타’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 자체가 그의 실력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에비타는 여배우들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사실 리사에겐 제대로 된 정통 뮤지컬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장금’과 같은 퓨전 뮤지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인 ‘광화문 연가’ 등에서는 만날 수 없는 걸 이번 ‘에비타’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내게 배우로서 올라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계단이 주어진 것 같다”며 리사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뮤지컬 ‘에비타’의 주인공 박상원(오른쪽)과 리사는 작품에 대해 “이지나 연출로 구성부터 발상, 캐릭터까지 살짝 뒤틀었다. 같은 에비타라도 맛은 많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송스루 뮤지컬…어렵지만, 정말 매력적인 음악= “곡이 (배우로서 소화하기)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어려운 만큼 재미있죠. 후안 페론의 노래는 너무 어려워서, ‘음악같지 않은 음악’이라고 할 정도에요. (웃음)”(박상원)

뭐니 뭐니 해도 에비타의 매력은 음악이다. 대중들은 흔히 ‘돈 크라이 포 미 아르젠티나’만 알지만, 26곡의 뮤지컬 넘버 제각각의 음악적 매력이 충분한 작품이다.

박상원은 ”6년 전에 처음 에비타를 봤고, 그날 밤에 음악만 3번 넘게 돌려 들었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음악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가 후안이 돼 이 노래를 막상 불러 봤을 때, 이렇게 천재적인 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집에 가서 음악이 귓가에 맴돌아 잠을 설쳤을 정도”라고 말했다.

리사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이라, 연기 부분이 거의 없고 노래로 극을 이끌어가는 게 어려웠어요. 대사로 풀 수 없으니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해야죠. 연기를 노래에 접목해서 적절히 보여주는 것을 연습 중”이라고 했다.

▶육감적인 에바, 야성적인 후안=이번 에비타는 이지나 연출의 감각으로 재탄생한다. 에바는 그동안 정형화된 모습을 벗고, 보다 육감적이며 섹시한 에바 페론으로 매력을 더했다.

리사는 “매력적인 여인상에 집중할 것”이라며 기존 에바보다 더 여성적이면서 섹시한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실존했던 인물을 보여드리는 거라, 힘든 면도 있다. 에바가 정치적인 욕심, 오기, 아집이 많았는데 기층에 깔린 ‘서민들을, 나라를 사랑했던 진심’을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후한 중년남의 대명사 격인 후안 페론은 극 중 춤을 춘다. 그것도 뜨거우면서 엄격한 춤 탱고를 열정적으로 소화한다. 박상원은 탱고신을 위해 몇 달 전부터 춤을 배우고, 보다 육감적인 남성미를 강조하기 위해 체력관리도 한창이다. “상반신을 노출할 수도 있는데 중년의 뱃살이 웨이브지지 않게, 돌덩이처럼 근육을 관리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죠.”

그는 얼마 전부터 체력관리를 위해 완벽하게 금주(禁酒)를 실천하고 있다. 원래 술자리를 좋아하고 곧잘 마시는데 입 근처에도 대질 않는다. 이번 작품에 쏟는 남다른 의지와 각오가 읽힌다.

극의 전개도 기존 에비타의 문법을 확 깨고 순서를 뒤바꿨다. 박상원은 “구성도 그렇고 발상도 그렇고 캐릭터를 살짝 뒤틀었다. 같은 에비타라도 맛은 많이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쇼맨십 뮤지컬은 금방 막내릴 것…뮤지컬은 음악이 핵심”=사실 연말은 대작 뮤지컬들이 대거 쏟아져 접전을 벌이는 시기다. ‘조로’, ‘햄릿’, 등 대형 뮤지컬이 이미 무대에 올라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요즘. ‘에비타’만의 필살 매력은 무엇일까 물어봤다. 두 사람은 공통으로 “음악!”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음악이죠. 뮤지컬의 본질은 드라마의 극적인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풀어가는 겁니다. 근데 최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에도 음악적인 감흥을 갖고 있는 작품이 별로 없어요. 최근 대박을 이어가고 있는 ‘스파이더맨’을 보면 쇼맨십과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하고 있죠. 작품이 지닌 드라마투르기가 전달이 안되고, 다양한 시각적 볼거리로 재미를 채우죠. 에비타는 팀라이스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 소위 천재적인 뮤지컬 파트너가 빚어낸 환상의 음악극이죠.” (박상원)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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