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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권 vs 험연권...담배소비자단체 vs 박원순 시장
유럽 배낭 여행객들이 가장 많은 불편을 호소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화장실’이다. 공중 화장실을 찾기가 어렵고 또 찾더라도 대부분이 유료로 운용되기 때문에 공짜 화장실에 익숙한 우리나라 여행객으로서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소변 보는 데에도 돈을 내야하나’, ‘째째하게 생리적인 문제를 이용해서 돈버나’라는 야박한 생각까지 밀려온다.

일본은 조금 다르다. 특히 도쿄를 다녀온 여행객들은 화장실보다 흡연공간을 찾는 불편함을 호소한다. 파리에서 맥도날드를 찾기 만큼이나 흡연 공간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도쿄여행을 다녀온 흡연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도쿄에선 야외에서 흡연 공간을 따로 지정해 놓고 있으며, 길거리에서 담배피는 사람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카페 같은 들어가야 담배피는 사람을 다수 만날 수 있다.

최근 박원순 서울 시장은 금연공원 내 흡연구역 설치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금연 전도사’인 서울대 의대 박재갑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초 설치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박 교수는 금연공원에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것은 간접흡연 피해 방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조치이며, 공원내 흡연구역 지정은 어떤 이유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는 뜻이 강하게 피력했다. 이에 박 시장도 “금연 전도사인 박 교수가 도시락 싸 가지고 다니면서까지 말리겠다고 한다면 굳이 공원에 흡연구역을 지정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전임 시장 때 정했던 흡연구역 설치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상황이 바뀌면서 담배 소비자 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담배소비자 협회는 서울시 지방세의 14% 흡연시민이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금연구역 내 흡연구역 설치 철회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협회는 박원순 시장이 끝까지 ‘금연공원 내 흡연구역’ 설치 철회를 강행할 경우, 담배소비자인 ‘흡연시민’을 대상으로 ‘서울시에서 담배 안사서 피우기’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어느 쪽이 이길 지는 지켜봐야할 일이지만, 담배 소비자 단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담배 소비자 관련 단체에서도 인정하듯이 이미 담배 연기를 거부할 ‘혐연권(嫌煙權)’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이들 단체가 박 시장의 결정에 대해 흡연자의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박탈하는 것으로 ‘흡연 서울시민’은 ‘행복’이 아니라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설득력을 얻기가 힘든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길거리나 공원에서 담배 피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가 오고 있는 셈이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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