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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마필관리사의 죽음...“하루 눈을 뜨면 마방이고 하루 눈을 뜨면 집입니다”
30대 중반의 마필관리사가 열악한 노동조건과 불안정한 고용관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 밖에 보여주지 않는 현실을 비난하는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11일 전국경마장 마필관리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9일 부산경남경마장의 박용석(35) 마필관리사는 수많은 산재사고에도 불구하고 모자란 인력 때문에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처우와 불안정한 고용관계에 놓여 있는 마필관리사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3장의 유서를 남겼다.

그는 유서를 통해 인력이 적기 때문에 한달에 12번씩 서는 당직근무가 개인 생활을 전혀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벌어 한 달을 생활해야 할 만큼 임금구조 및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점, 매번 고용불안에 노심초사하는 마필관리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요인으로 추정되는 폭행사건과 관련해 박씨는 “원만히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시행체의 압박을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간다”고 밝혀 시행체인 마사회와 원만하지 못한 관계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끌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는 조합원에게 ‘힘내라’며 ‘적은 목숨 하나 하나 바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목숨을 내놓고 싸워도 개선되지 않는 마필관리사의 열악한 환경을 꼬집었다.

노조에 따르면 부산경남경마장에서는 지난해 3월에도 ‘기수생활이 너무 힘들고, 냉혹한 승부의 세계가 비정하게 느껴진다. 경쟁 없는 곳에서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고싶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박진희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보다 앞선 2005년 3월에도 이명화 기수가 낙마사고 인하 큰 부상으로 훈련에 차질을 빚은 것과 체중감량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바 있다.

전국경마장 마필관리사 노동조합은 그동안 마사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제도 개선과 대책마련을 촉구했지만 현재까지 책임 있는 답변이나 대안이 없었음을 지적하며 우리나라 실정과는 맞지 않고 검증되지 않는 선진경마를 들이대고, 결국 마필관리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마사회의 책임을 물어 책임자 문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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