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실타래 풀린 한진중 사태...그 300여일 돌아보니
10일 조합원 투표로 극적 타결을 앞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갈등은 지난해 12월 15일 사측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400명 정리해고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사측은 경영악화의 근거로 “지난 3년간 선박 수주를 한 척도 못 했다”며 생산직 1/3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노조측의 입장은 달랐다. 사측이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물량을 몰아줬기에 고의적으로 영도조선소의 경영상태를 악화시켰다는 주장이었다.

한진중공업 노조측은 지난해 12월20일 전면파업으로 맞섰다.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올해 1월6일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노조 지회가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은 영도조선소와 울산공장, 다대포공장 등 3곳에 대한 직장폐쇄 조치로 맞대응 했고, 노사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사측은 1차로 230명은 희망퇴직, 170명에 대해서는 정리해고를 통보하면서 구조조정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지난 6월27일 전격적으로 노사합의 이뤄져 정리해고자 170명 가운데 76명이 희망퇴직으로 전환됐지만 끝까지 희망퇴직을 거부했던 94명은 결국 정리해고 됐다.

노조 지회 전 집행부(채길용 전 지회장)가 사측과 ‘파업철회’, ‘현장복귀’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진정되지 못했다. 이날 정리해고자 4명이 85호 크레인 중간층에서 고공농성에 합류했다. 10일 현재 김진숙 지도위원은 309일째, 정리해고자 박성호ㆍ박영제ㆍ정홍형씨는 137일째 농성 중이며, 신동순 씨는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다.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중재노력도 여러차례 있었다. 지난 8월18일 정치권은 조남호 회장을 국회 청문회에 출석시켰다. 한진중공업 경영상태와 정리해고 과정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심도깊은 질의가 이어졌으며, 노사간 원만한 합의도 주문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의원은 수차례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농성장 상황을 살폈으며, 조남호 회장에게 중재안을 제시해 상당부분 사측의 양보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10월 국회차원의 권고안이 제시되어 이번 합의안을 이끌어냈지만, 반면 정치권의 지나친 간섭에 대해 사측과 재계의 비난 목소리도 높아졌다.

한진중공업 갈등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지역주민 사이 민-민 갈등도 표출됐다. 6월 12일, 16대의 희망버스가 처음으로 한진중공업에 도착했고, 시민단체와 노동운동가들이 조선소 진입을 시도하다 용역 직원과 충돌했다. 이후 5차에 걸친 희망버스 행사가 부산과 서울에서 개최됐으며 오는 26일 제6차 희망버스 행사가 영도조선소 앞에서 예고된 상황이었다.

희망버스는 지역 정서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부산상의, 영도구의회, 영도구주민자치위원회, 부산경제단체 등 지자체와 지역사회는 기업의 노사문제에 무분별한 외부간섭이 도를 넘었으며 지역경제와 사회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며 외부 개입을 중단하라며, 일부 주민들은 물리적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한진중공업 노사간 갈등은 봉합 됐지만, 노사간 자율조정 측면에서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진중공업 노조파업은 노사 간 자율적 합의로 이미 끝났지만 그 이후 정치권 개입으로 말미암아 얽힌 실타래처럼 꼬이고 말았다”며 “정치권의 포플리즘으로 지나친 간섭은 반성해야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윤정희 기자 @cgnhee>cgn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