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내 연구에 함께 했던 원숭이들… 나 죽으면 그들 옆에 묻히고 싶어”
박성회 교수의 지극한 원숭이 사랑
박성회 서울대 의과대학 병리학 교수는 인터뷰 도중 밀려오는 인터뷰 요청 전화에 양해를 구하며 한사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더이상 여력이 없습니다. 원숭이를 챙겨야 해요. 그동안 너무 신경을 못써줬거든요. 4개월 후에 원숭이가 돼지 췌도 이식받은 지 1주년인데 그날 지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말이다. 연구실적을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마다하고 원숭이를 챙기는 이유가 궁금했다.

박 교수는 “원숭이는 영장류다. 사람과 같다”고 했다. 그는 “원숭이를 비록 연구ㆍ실험에 이용하지만 행동하는 것, 느끼는 것, 모두 사람과 흡사하다”면서 “일부 연구자들 중에는 아무 때나 원숭이를 부검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특유의 낙천성으로 항상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는 박 교수가 연구 중에 눈물을 흘린 것도 바로 원숭이 때문이었다. 그는 “원숭이로 면역학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새벽 5시쯤 됐을 때였는데 원숭이가 죽었다는 전화가 왔다”면서 “사람을 죽인 듯한 죄책감이 들었다. 새벽 5시에 소주를 마시며 한참을 아파했다”고 털어놨다.

유머러스했던 박 교수도 이때만큼은 얼굴에 슬픔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한 번씩 연구 중이었던 원숭이가 죽으면 우울증까지 온다고 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된 뒤 언제부턴가 원숭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당뇨병 연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생쥐 2마리가 ‘루나’와 ‘솔라’라는 이름이 있었던 반면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원숭이가 그냥 원숭이로 불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박 교수는 끝까지 자신이 연구에 이용한 원숭이들은 책임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연구에 이용된 원숭이들이 5살이니깐 앞으로 20년은 더 살 수 있다”면서 “얘네들이 죽을 때까지 내가 다 거둬 먹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원숭이에 대한 돌잔치도 근사하게 차려줄 생각이다. 박 교수는 “4개월 뒤면 원숭이가 이식받은 지 1년이 된다”면서 “그동안 고생했으니깐 이날은 매일 주던 바나나 대신 포도랑 방울토마토를 듬뿍 넣어서 주고 싶다. 내 연구를 발표한 날만큼이나 뜻깊은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죽으면 내 연구에 함께했던 원숭이들이 묻힌 곳 옆에 묻히고 싶다”면서 “가끔 우도 같은 곳에다 이번 당뇨병 치료받은 원숭이 등 연구에 함께했던 동물들이 뛰어놀 수 있는 동물원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곤 한다”면서 빙그레 웃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