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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속 ‘마지막 잎새’는 몇번째로 자라난 잎이었을까
우리가 몰랐던 낙엽의 과학
낙엽은 지기 전에 양분의 절반가량을 줄기로 이동해놓는 작업을 먼저 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줄기로 옮겨지는 영양소는 질소, 칼륨, 인 등이다. 이제 낙엽은 떨어질 준비를 시작한다.

가을이 되면 빛이 줄어들면서 잎에서의 광합성도 동시에 줄지만 발산작용에 따른 물과 열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계에 다다르면 나무는 몸체의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 잎을 떨어뜨린다.

분리를 위해 나뭇잎과 가지를 잇는 잎자루에는 코르크처럼 단단한 떨켜가 생성된다. 떨켜가 생기면 잎자루를 통해 드나들던 양분과 수준 이동은 중단되고 엽록소 합성도 멈춘다. 잎으로서는 생명활동을 멈춘 것이다. 바삭하게 마른 잎은 작은 바람에도, 새의 날갯짓에도 떨어지게 되고 이것이 낙엽이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낙엽은 줄기로 이동할 수 없는 물질이 만들어내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이고 과학이다. 엽록소 합성을 멈추면서 녹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잎속에 숨어있던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드러나 노란색과 주황색 단풍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는 엽록소와 결합되어 있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서 일어나는 현상. 아미노산이 떨켜로 인해 이동하지 못하고 잎에 축적되면서 잎의 산도는 높아진다. 높아진 산도는 엽록소를 빠르게 파괴하고 엽록소에 가려 있던 색소가 색을 드러내는데 이것이 단풍이다. 결국 잎이 녹색으로 보였던 이유는 녹색으로 보이게 하는 엽록소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고, 엽록소가 파괴된 단풍은 잎을 떨어뜨리기 위한 하나의 과정인 셈이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에 나왔던 마지막 잎새는 아마 지난 봄, 맨 먼저 자라난 잎이었을 것이다. 낙엽이 지는 순서는 가장 먼저 돋아난 잎이 가장 늦게까지 붙어있고, 가장 늦게 돋아난 잎이 가장 먼저 떨어진다. 성장호르몬(옥신, 지베렐린, 사이토키닌 등) 분비가 끝나는 순서대로 떨어져 썩으면서 천연 비료로서 나무를 먹여살리는 영양원이 된다.

가을의 운치를 더하는 낙엽이지만 특히 은행나무에서 떨어지는 노란색 낙엽은 고약한 냄새로 가을 낭만을 달아나게 한다. 은행나무잎의 고약한 냄새,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은행나무 냄새는 겉껍질에서 자기방어의 일환으로 뿜어져 나온다. 곤충이나 새 같은 천적으로부터 종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수단이다. 고약한 냄새를 풍겨 이듬해 싹이 틀 씨앗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려는 본능인 것이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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