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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장애인들에 희망의 증거 되고싶다”
방송 최초 장애인 고정 앵커 KBS 이창훈씨
후지TV·아사히 등 외신도 열띤 관심

“시선처리 등 노력 헛되지 않아 뿌듯”



“카메라 앞에 앉아도 보이는 게 없어서 전혀 떨리지 않아요. 그게 제 강점이라면 강점이죠.”

한국 방송 최초의 장애인 앵커로 선발된 이창훈 씨가 7일 정오 뉴스 프로그램의 한 코너 ‘이창훈의 생활뉴스’의 첫 진행을 마친 후 담담한 어조로 소감을 밝혔다.

이 씨는 지난 7월, 523대1의 경쟁률을 뚫고 KBS 장애인 앵커로 선발됐다. 지난 3개월간 불철주야 훈련을 반복한 끝에 KBS 가을 개편을 맞아 매일 정오에 방송되는 ‘뉴스 12’의 새 코너 ‘이창훈의 생활뉴스’의 진행을 맡았다.

이창훈 앵커는 코발트 블루의 넥타이에 단정한 슈트를 차려입고 등장했다. 막 생방송을 마치고 왔다는 그는 첫 방송에서 푸른색 넥타이를 택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자 “태어나서 한번도 색깔을 본 적이 없어요. 코디 분이 입혀주셨죠”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그가 시각장애인이구나 새삼 느낄 만큼 이날 이 씨의 진행은 큰 실수없이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씨는 “지난 3개월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뿌듯하다”면서 장애인들의 방송 진출에 작은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시선처리, 발음, 표정관리 등을 계속 연습했고 특히 경험이 부족한 탓에 시사감각이 떨어지는 부분이 제일 어려웠다.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아 뉴스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인 앵커의 생방송 뉴스 진행은 외신에서도 주목했다. 후지TV와 TV아사히 측에서는 “시각장애인의 뉴스 진행에 시청자들의 수용도는 어떠할 것 같은가” “뉴스를 진행할 때 제일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나” 등 많은 질문을 쏟아내며 이 씨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KBS 측은 “시각장애인 앵커가 생방송으로 뉴스를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 모험이다. BBC 등에서 장애인 앵커가 뉴스를 일시적으로 진행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창훈 씨처럼 고정으로 뉴스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경우는 세계 최초”라면서 이 씨의 뉴스진행이 갖는 의미를 밝혔다.

이어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 등 소외계층이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더 확대해 가겠다”고 계획을 덧붙였다.

한편 이 씨는 생후 7개월 만에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시신경이 훼손돼 시력을 잃었다. 서울 한빛맹학교를 거쳐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 학사와 숭실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지난 2007년부터는 한국시각장애인인터넷방송(KBIC) 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황유진 기자/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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