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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음악팬 속았다”…스페인 쇼팽 유적지 가짜
프레데릭 쇼팽이 말년에 체류한 스페인 외딴 섬의 수도원 방과 그의 피아노가 ‘가짜’인 것으로 판명났다. 매년 쇼팽의 흔적을 찾아 전 세계에서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작은 섬을 찾고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마주르카 섬 발데모사의 카르투하 수도원은 결핵을 앓던 쇼팽이 연인 조르주 상드와 함께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쇼팽은 이 수도원의 두 번째 방에 놓여 있던 피아노를 이용해 프렐류드(작품번호 28번) 24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곳은 전 세계 쇼팽 애호가들의 성지순례지로 거듭났다.

그러나 이번에 스페인 사법당국이 이 방을 ‘가짜’라고 결론 내리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법당국은 ‘진짜’ 쇼팽의 방은 페라-캡론치 가(家)의 소유인 이 두 번째 방이 아니라 같은 수도원 내 쾨트라스 가가 소유한 방이라고 결론지었다. 페라-캡론치 가가 소유한 피아노가 쇼팽이 사망한 1849년 이후 제작됐다는 사실이 결정적이었다.

‘쇼팽의 방’을 사이에 둔 두 집안의 진실공방은 8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원을 공동 소유한 이 두 가문은 1910년 수도원을 쇼팽 박물관으로 개조해 공동운영해 왔다. 그러다 1932년 쾨트라스 집안이 소유한 플레이엘 사의 피아노가 쇼팽의 것으로 확인되자 페라-캡론치 가가 자신들의 소유한 올리버 수아우 사의 피아노가 진짜라고 맞대응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수 년 간 계속된 공방에서 앞서 나간 것은 페라-캡론치 가였다. 그들은 발빠르게 ‘쇼팽의 방’을 관광지로 홍보하고 ‘발데모사 쇼팽 페스티벌’을 조직해 전 세계 쇼팽 광들을 불러들였다. 그러나 1990년 에듀아르도 갠슈가 엮은 쇼팽의 전기가 출간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쇼팽의 방 진위여부를 두고 의구심을 나타내자 당국의 조사가 시작됐다.

결정적인 증거 중 한 가지는 쇼팽의 친필편지였다. 쇼팽은 피아노 제조사인 플레이엘 사에 보낸 편지에서 “당신들이 만든 피아노로 작곡한 프렐류드 악보를 보냅니다”라고 적었다. 쾨트라스 가문 소유의 피아노가 진짜임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다. 또 상드의 아들 모리스의 그림에 묘사된 수도원 방의 모습이 쾨트라스 가 소유의 방과 더욱 흡사한 것도 중요한 증거가 됐다.

사법 당국은 페라-캡론치 가가 주장한 쇼팽 관련 마케팅 권한을 박탈하고 이들 소유의 쇼팽의 방이 가짜였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사진설명: 카르투하 수도원 내 쇼팽 박물관 전경)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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