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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A대기령에, 지역구에,예산안 처리까지… 국회의원들 남모를 3重苦
#. 초선인 야당의 A 의원은 요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른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한나라당 강행처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비상대기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평균 퇴근시간은 밤 10시. 그뿐만이 아니다. 낮에는 지역구 행사를 참석하고 다시 국회를 돌아오는 강행군을 연일 벌여야 한다.

한ㆍ미 FTA 비준을 놓고 여야간 대치국면이 심화되면서 당장 내년 총선에 목숨을 걸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번 11월이 내년도 예산안 편성 시즌인데다 총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비상대기령까지 떨어져 3중고(重苦)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야당의원들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실과 회의실을 이틀째 점거하고 있다. 현재 외통위실은 낮에는 외통위 소속 의원들이, 밤에는 다른 상임위 의원들이 근무조를 편성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출입을 저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 6명은 매일 밤 보좌진들과 함께 숙식도 불사하면서 결사 항전에 나섰다. 전혜숙ㆍ김진애ㆍ전현희 의원 등 여성 의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2일 이틀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다. 이석현(왼쪽) 민주당 의원과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위원장석에 앉아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의원들이 당면한 문제는 한미 FTA 하나만이 아니다. 2012년 예산안 처리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국회는 2일부터 각 상임위별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산하기관에 대한 예산안 심의에 들어갔다. 요즘 의원회관 안은 예산을 더 타내기 위해 물밑접촉을 벌이려고 찾아 온 정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의원과 보좌진들은 예산을 놓고 이들과 한판 기싸움을 벌여야 한다.

또한 내년 총선이야말로 가장 큰 관심사다. 지역을 소홀히 하다간 자칫 자신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따라서 지역구의 주요 행사가 있으면 빠질 수 없는 상황이라 의원들은 하루에도 국회와 지역을 몇 번씩 오가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또한 지역 예산과 직결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 푼이라도 더 자신의 지역으로 예산을 끌어오기 위해 매일 머리를 싸매고 예산안 구상에 골몰한다.

여당 의원들도 야당보다 사정이 낫지도 않다. 지도부에서 한미 FTA의 단독 처리를 결정한다면 바로 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야당과의 몸싸움도 각오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최근 한나라당은 외통위 위원들을 젊은 의원들로 교체했다. 한 다선의원은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과 국회를 오가는 스케줄을 반복하고 있다.

A 의원은 “힘들어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어느 하나 소홀히 할 게 없어 몸이 열개라도 모자르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양대근 기자 @bigroot27>
/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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