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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년간의 전쟁…당뇨병의 새빛 연 박성회 서울대의대 교수
25년간의 끈질긴 싸움이었다. 그리고 결국 해냈다. 돼지 췌도를 원숭이에 이식하는 것이 성공하면서 당뇨병 완치의 가능성을 연 박성회(64) 교수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면역학 대가도 이번 연구발표를 앞두고는 떨고 있었다. 표정엔벅차오름과 가슴시림이 묘하게 교차됐다.

그가 이끄는 서울대 의대 연구팀은 지난달 31일 돼지 췌도(랑게르한스섬)을 이식받은 당뇨병 원숭이가 거부반응 없이 6개월 이상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종간 장기이식에서 면역억제제 투여를 중단하고도 거부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건 세계최초였다. 병마와 싸우는 전세계 당뇨병 환자들에게 평생 주사바늘을 꽂지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살아갈수 있는 희망이 됐다. 국내ㆍ외 언론과 학계는 당뇨병 완치의 가능성이 열렸다며 대서특필했다. 그동안 이식거부반응으로 힘들었던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해지고 윤리적인 문제가 남아있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예측도 쏟아졌다.

떠들썩한 외부 반응에도 ‘학자’ 박성회는 묵묵했다. 학자로서 당연한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향후 신약개발시 엄청난 수익이 예상되지만 향후 기술 특허와 관련된 수익은 모두 서울대 산학연구재단과 기타의학연구에 사용키로 한 그다.

하지만 ‘인간’ 박성회에게 당뇨병은 꼭 넘어야 할 산이었다. 강산이 두번 바뀌고도 남은 이 세월동안 당뇨병에 매달릴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가족이었다. 당뇨병에 가족력이 있는 박성회 교수 집안은 당뇨병에 많이도 아팠다. 당뇨병으로 조부모가 떠났고 부친을 잃었다. 당뇨병과 시름하는 부인의 모습에 그는 미안함이 사무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생 자가면역성 질환과 싸워야 하는 스스로를 위한 도전이 필요했다. 그가 면역학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계기였다. 현재 그는 당뇨병 전 단계 상태다.

25년의 연구기간은 녹록지 않은 세월이었다. 짧게는 6년 길게는 25년. 가능성 하나만으로 제자들과 동료 연구원을 잡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사십대 박성회 교수는 환갑을 넘겼다. 박 교수는 “연구성과는 끊임없는 열정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제자들과 동료 연구원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그리고 “연구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생쥐 ‘루나’와 ‘솔라’의 무덤에 영광을 바친다”며 인간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동물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치료제 개발까지는 아직 갈길은 멀다. 이제 시작이다. 임상 실험까지 최소 2년 이상의 관찰기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임상실험 도중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세균·바이러스 등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무균 돼지 한 마리가 6000만원에 달하는 등 고비용 문제도 풀어야 하는 숙제다.

하지만 박성회 교수는 자신감이 넘친다. 박성회 교수는 “2013년께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고 그 결과에 따라 3~5년 내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끊임없는 열정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분명히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고 힘줘 말하는 박 교수의 눈 속에 새로운 가능성이 배어있다.

황혜진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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