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오정세, 주목받고 싶지 않은 무채색 배우
최근 이른바 ‘충무로의 대세남’이라 불리는 배우가 있다. 그는 곧 두 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고 또 세 편의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품마다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실감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편이 더 좋기까지 하다.

‘커플즈’(감독 정용기)의 복남, 그리고 ‘돼지의 왕’(감독 연상호)의 경민의 목소리로 출연한 배우 오정세의 이야기다. 그를 지난달 28일 단풍이 완연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떠오르는 ‘충무로의 대세남’

스타는 대중들의 ‘사랑’과 ‘인기’를 먹고산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통해 대중들을 만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시청자와 관객의 관심을 얻길 원한다. 연기자로서 작품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오정세는 달랐다. 지금의 ‘충무로 대세남’이라는 애칭에도 자만하지 않았고, 그는 오히려 작품 안팎이 구분되는 배우이길 바랐다.

“주목을 받는 것은 한때, 짧은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도 잠깐씩이지만 주목을 받았었죠. 그건 제가 아닌 작품에 대한 관심 정도로 생각해요. 지금의 이런 주목 역시 두 편의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고, 또 두 작품 모두 평단에 유쾌하고 좋은 평을 얻어서가 아닐까요?”


그는 뚜렷한 색을 지닌 배우보다는 적재적소에서 여러 가지 색깔로 빛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거리에서 저를 알아보시거나 하지는 않아요. 현장에서도 아직까지 ‘촬영 중이니까 들어오면 안된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웃음) 물론 배우로서는 좋은 평가와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배우 오정세와 인간 오정세가 분리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무채색의 배우, 이 작품에 파란색이 필요하면 진한 파란색으로 또 다른 작품에서 빨간색이 필요하면 그렇게 말이에요”

# 새로운 작품은 또 다른 나를 위한 기회

오정세는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하고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들과 마주한다. 오랜 시간 배우생활을 해온 그에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와 극중 인물에 대한 ‘이해’였다.

“영화를 선택할 때 작품성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요. 다만 희망이 있다면 참 좋은 작품에 좋은 캐릭터를 하고 싶은 마음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작품을 해나가는 것을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실패에 주눅 들지 않는다. “모든 작품에서 한 가지 이상은 얻는 것이 있다”는 그는 실패 역시 반성의 계기로 삼는다고 했다.

“다양한 작품을 하는 것은 주어진 환경에서 걸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봐도 아닌 작품에는 ‘노(NO)’라고 하지만 그 외에는 얻을 것이 있다고 판단해요” 


# ‘커플즈’의 복남은 슬픔을 지닌 남자

오정세는 개봉을 앞둔 ‘커플즈’에서 유석(김주혁 분)의 친구이자 그 친구의 전 여자친구 나리(이시영 분)를 짝사랑하는 인물 복남을 연기했다.

그가 맡은 복남은 여러 인물들과 관계하는 것은 물론 영화의 웃음과 재미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정작 오정세는 복남을 “마냥 웃기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복남은 내면 깊은 곳에 ‘슬픔을 지닌 남자’였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보면 공통분모가 있는 역할이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방향성을 지니고 있죠. 이번 ‘커플즈’ 역시 캐릭터가 비슷하다고 해서 거절하기에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오정세는 진지하게 자신만의 ‘복남’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복남은 ‘커플즈’에서 구성적으로는 가장 중앙에 있는 인물이에요. 그리고 역할로는 희극적인 웃음을 줘야하는 캐릭터고요. 저는 복남을 마냥 ‘찌질한 인물’이라고 시작하지 않았어요. 의외겠지만 ‘슬픔’에서 출발했죠. 물론 코미디 영화지만 얕게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친구의 여자친구라 가슴이 아프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동극에서 그와 한 팀이 돼 데이트를 즐기고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며 ”안녕, 팜므파탈이여“라고 하며 홀로 이별을 맞이하잖아요. 저는 그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멜로 영화의 슬픈 장면이 됐으면 했어요”

그래서 그는 ‘복남의 슬픔’에 가장 중점을 뒀다. 코미디 영화에 코믹한 인물이지만 한 장면에서 만큼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더욱 심각하게 접근했다. 또 앞뒤 상황을 살펴봤을 때 심각하면 할수록 영화가 추구하는 ‘재미’가 더 극대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화 밖에서 만난 오정세는 작품의 캐릭터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역할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천상 배우’였다.

이슈팀 김하진기자 / hajin@issuedaily.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