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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절기 감기 항생제 오ㆍ남용 탓?
환절기마다 만성적인 감기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는 흔히 우리 몸의 면역력 저하와 관련이 깊다.

그런데 최근 이런 면역력 저하가 항생제 오ㆍ남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뉴욕대 랑곤메디컬센터의 마틴 블레이저 박사 연구팀이 과학전문지 최근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항생제는 우리 몸의 유해한 세균은 물론 유익한 세균까지 없애 인체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있다. 감기와 천식, 장염, 비만,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의 발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같은 사실은 특히 항생제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에 각별한 경각심을 안겨다준다. 우리 국민의 항생제 오ㆍ남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이 국민들의 항생제 의존도를 높였음은 물론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항생제 소비량은 31.4 DDD로, 벨기에와 함께 OECD 회원국 중 1위에 올랐다. 이는 성인 1000명이 하루에 31.4명분의 항생제를 복용한다는 뜻이다. 항생제 소비량이 가장 적은 네덜란드(12.9 DDD)보다는 2.5배나 많았다.

또 올 상반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내 의사들을 상대로 조사에서도 감기 등 급성 호흡기계질환에 “항생제 처방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80% 가까이나 나왔다. 일반 국민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항생제 복용이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TO)가 항생제 등의 약물 남용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고, 많은 전문가들 역시 우리 인체가 스스로 저항력과 면역력을 갖추고 있어 굳이 강력한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질병을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각종 항균ㆍ항바이러스제는 감기바이러스 치료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항생제를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쓰지 않아도 될 곳에 쓰이는 항생제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을지대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교수는 “항생제와 소독약을 아무리 개발해도 항생제 오ㆍ남용이 늘어나면 변종이 생겨날 수 있다. 항생제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해 세균은 계속 돌연변이를 만들게 되고 원인을 안다 해도 항생제 개발 속도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의료진과 환자 모두 항생제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람한의원 김성수 원장은 “항생제를 남용할 경우 자칫 인체에 이로운 세균들까지 제거해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오히려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도록 생체 면역력을 키우는 일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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