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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쌍한 증권사 사장들
시장 선거도 끝났다. 관심은 다시 11월 진짜 시장이다. 유럽 쪽 훈풍도 꽤 따듯하다. 그런데 11월 다른 것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주식연계워런트(ELW) 초단타매매자(scalper)에 대한 특혜여부로 기소된 12명의 증권사 사장(1명은 전 사장)들이다. 내달 첫 1심 판결이 예상된다. 그런데 처지가 꽤 딱하다.

억대 연봉을 받는 증권사 사장들에 왠 동정인가 싶지만, 따지고 보면 그럴 만 하다. 내년 봄이면 이들 가운데 적잖은 이들의 임기가 만료된다. 대주주가 연임 여부를 결정할 때는 경영실적 등 여러 요소를 따지겠지만, 향후 상당기간 송사(訟事)에 엮여 언제 ‘범법자’의 몸이 될 지 모르는 처지를 결코 ‘플러스’ 요인으로 볼 것 같지는 않다.

그나마 연임이 되면 소송비용이나, 벌금형에 따른 금전적 부담을 회사 비용이나 임원배상보험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 그런데 연임이 안되면 고달픈 송사도, 얼마가 될 지 모르는 벌금비용도 모두 개인 부담이다. 억(億) 단위는 족히 될 듯 싶다. 12명 가운데 11명은 전문경영인이다. 사장까지 했으니 이 정도야 감당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월급쟁이다. 인생 후반부에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수 억원 정도는 거뜬히 감당할 만한 오너일가와는 다르다.

형의 무게에 따라 수 년간 다른 직장을 잡지 못할 수도 있다. 일정 수준이상의 범법기록은 금융회사 임원 결격사유다. 돈도 잃고, 명예에도 상처난 충격은 사장출신이라 해서 결코 더 가볍지는 않다.

물론 명백히 법을 어겼다면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왠지 벌써부터 그렇다고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기소 이유를 요약하면 스캘퍼들에게 전용회선 등을 제공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인 피해를 줬고, 이를 통해 회사가 부당한 이득을 취득했다는 내용이다. 해외에서는 영업기여도가 높은 고객에게 회사 전용선을 제공하는 관례가 합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한국에선 한국법이라면 법적 판단은 법원의 몫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식차원에서 검찰이 왜 굳이 사장 개인만을 기소했는 지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게다가 12개 회사 사장이 같은 결정을 했다. 이는 해당 회사 고유의 영업전략이 아니라 업계의 관례일 가능성을 높이는 근거다. 사장 개인의 잘못이라고만 단정짓기 어렵다. 전임 사장 때 이같은 영업형태가 만들어진 경우도 있는데 이번 기소에서 그 전임자는 배제됐다.

전용회선 제공으로 일반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고 회사가 이득을 봤다는 게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고 치자. 그럼 회사가 얻은 이득을 사장이 다 가져갔을까? 불법행위의 전적 수혜자가 아닌데, 아무리 사장이라지만 이들에게만 전적 책임을 묻는 게 옳으냐의 문제다. 기소는 검찰의 독점권이지만, 사장 개인이 아니라 회사를 기소하는 편이 좀 더 상식적이 아닐까.

이들을 더욱 딱하게 하는 게 또 있다. 감사나 검사과정에서 이번 건을 문제삼지 않았던 금융감독당국의 침묵이다. 평소에 그렇게 잘 따랐는데, 피감 회사 사장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자 외면이다. 개인자격으로 기소된 사건인데다, 저축은행 비리 등으로 ‘제 코가 석자’인 탓에 선뜻 나서기도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사장들 입장에서는 참 야속할 듯 싶다.

<글로벌증권부 차장 @TrueMoneystory>/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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