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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핑클·SES vs 미쓰에이·카라…90년대 ‘어감’ 2000년댄 ‘육감’
걸그룹 네이밍 법칙의 변천사
말 그대로 걸그룹 전성시대다. 올가을, 유난히 컴백하는 팀도 많다. 걸그룹들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비슷비슷한 팀 사이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위한 안무와 스타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남다른 그룹명은 흥행에 중요 요소인데, ‘걸그룹 이름 짓기’는 기획사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원조 걸그룹을 정의 내리는 기준은 애매하다. 기억과 추억,향수는 사람마다 다를 테니. 굳이 꼽는다면 그 옛날 ‘펄시스터즈’와 ‘희자매’ 정도일 수 있다. 이들 그룹명은 친숙하고 가족 같은, 그래서 정말 그들이 ‘자매’인 듯한 이미지가 컸다.

1990년대 말 HOT, 젝스키스 등 현 ‘아이돌 시대’의 원조격인 댄스그룹들이 등장하면서,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잠시 걸그룹 열풍이 있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두 팀이 바로 ‘SES’와 ‘FINKLE’이다. ‘SES’는 바다, 유진, 슈 세 멤버 이름의 약자를 딴 것이고, ‘FINKLE(핑클)’은 ‘Fine Killing Liberty’라는 심오한 의미가 있지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두 팀 모두 들었을 때 여성 그룹임을 알 수 있다. 상큼한 이미지가 그려지는 ‘어감’ 자체에 집중했던 것. 이후 ‘슈가’ ‘밀크’ ‘천상지희’ 등이 등장했지만, ‘대박’ 난 팀은 없었다.

본격적인 걸그룹 시대를 연 두 팀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여기서부터 걸그룹 네이밍은 급속도로 진화한다. 두 팀의 이름은 ‘펄시스터즈’와 ‘희자매’가 성적인 코드를 드러내지 못한 것과 달리, 대놓고 “우리 ‘걸(girl)’이에요” 하며 숨겨져 있던 삼촌팬들의 ‘욕망’(그들이 ‘향수’라고 일컫는)을 끄집어냈다. 이후 두 팀을 필두로 카라, 티아라, 씨스타, 시크릿, Miss A 등이 관능적이고 상큼한 안무와 의상으로 등장했다.

가장 최근 나온 걸그룹의 이름은 어쩌면 그들의 춤과 옷보다 ‘야하다’. 동화책 제목 ‘달샤베트’ 모방 시비에 휩싸였던 ‘달샤벳’, 프랑스어로 초콜릿을 뜻하는 ‘쇼콜라’, 애프터스쿨의 유닛인 ‘오렌지캬라멜’ 그리고 ‘씨리얼’까지. 그룹명이 ‘먹을거리’다. 10대 중ㆍ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소녀들을 선정적인 춤과 옷으로 상품화한다는 비난이 왜 먹거리가 돼버린 그룹명에는 향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만, 정작 주요 팬층인 넥타이부대는 “야하지 않다”고 한다. 되레 색과 맛으로 걸그룹을 기억할 수 있어 쉽고 편하다는 평.

한 네이밍회사 관계자는 “걸그룹뿐만 아니라 아이돌그룹 데뷔를 앞둔 가요기획사에서 종종 문의전화가 온다”면서 “큰 의미 부여보다는 쉽고 어감이 좋으며, 빨리 이미지화되는 이름을 원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중독성 강한 ‘후크송’이 대세가 되면서, 걸그룹명도 이제 복잡하고 심오하던 시대는 갔다. 그저 예쁘고 여성스럽기만 해서도 안 된다. ‘후크송’만큼이나 중독성이 있어야 하며,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시각적 이미지가 필요한 것.

그룹 ‘C-REAL(씨리얼)’ 소속사 관계자는 “멤버들이 어려서, 점점 완벽해진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지만, 어감상 먹는 ‘시리얼’이 떠오르게 한 의도도 있다”며 “청순한 이름이나, R&B 느낌이 드는 것도 고려했지만, 네티즌 사이에서 쉽고 재밌다며 호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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