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박영석 대장 수색 작업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80년대부터 히말라야 베이스캠프서 한솥밥을 먹으며 인연을 맺어 온 허영호 대장이 박 대장의 실종에 대해 ‘등반탐험가의 피할 수 없는 숙명 때문’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허 대장은 24일 기자와 만나 “프로들의 세계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것이 목적인데, 그 가치라는 것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만드는 것”이라며 “새로운 한계를 이겨내서 길을 만드는 도전은 등반탐험가들의 공통된 숙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영석이 역시 히말라야 완정 경험이 있는데도 이번에 그곳을 또 찾은 것은 프로로서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며 “지난해 실패한 길을 올해 또다시 도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더 많은 찬사와 박수를 받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장은 지난해 안나푸르나 남벽에 자신만의 길을 만들기 위해 나섰다 현지 기상 악화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박 대장은 올해 재도전을 선언하고 지난달 19일 네팔로 출국, 이번에 실종이란 변을 당한 것이다.

허 대장은 “등반할 때 유무선 한 대씩 들고가고 헤드에 불빛이 있어 통신이 안 되면 밤에 조명으로라도 연락이 가능한데 프로 중의 프로인 영석이가 모든 연락이 안 된다는 건 큰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대장에 대해 “나는 영석이를 친한 후배라고 생각하는데 영석이나 (엄)홍길이가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는 거 같아 아쉬웠다”며 “우리 세대는 밀려난 상태고 지금은 확실히 영석이와 홍길이 시대”라고 덧붙였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