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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이동훈 삼정투자자문 전무]“경주마 투자대상 넘어 가족 됐죠”
“마(馬)테크요? 경기를 즐기면서 운 좋으면 돈까지 버는 게 매력이죠.”
삼정KPMG 산하 삼정투자자문의 이동훈(43) 전무는 대체투자(AI) 전문가다. 주식ㆍ채권 등의 전통 투자상품 외에 부동산ㆍ원자재는 물론 요즘 뜨는 헤지펀드 등의 해외 유망 상품을 발굴하는 게 그의 주된 업무다.
그런 그가 요즘엔 소유한 말을 경주에 내보내 수익을 올리는 ‘마테크’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제주도의 한 목장에서 2000만원에 구입한 경주마가 올 3월 이후 3연승을 차지해 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이 중 약 80%가 마주(馬主)인 이 전무의 몫이고, 나머지는 조교사ㆍ기수 등이 나눠 갖는단다. 그에게 대박을 안겨준 말은 ‘선시드(Sun Seed)’로, 그의 둘째딸이 지어준 이름이다.
이 전무가 국내 960여명에 불과하다는 마주가 된 사연은 이렇다.
“30년 넘게 말을 돌보는 수의사이셨던 저의 선친께서 2009년 여름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을 때 문득 가업을 잇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저는 금융인이다 보니 고민 끝에 투자수단의 하나로 마주 신청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말과의 첫 인연은 훨씬 오래전에 시작됐다.
이 전무는 “아버지 덕분에 중학생 시절부터 승마를 배우면서 말에 대한 친근감과 애정을 갖게 됐다”면서 “말은 저에게 단순한 재테크의 수단을 넘어 친구, 가족에 버금가는 존재”라고 들려줬다. 아마 경주마를 고르는 탁월한 안목도 말과의 이런 남다른 인연에서 자연스레 체득된 듯하다.
그는 “선시드가 연초 첫 경주에 출전해 뜻밖의 우승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병상에서 아버지가 흐뭇해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한 달에 한두 번 아버지가 평생 지내시던 곳에 들르는 게 마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 전무는 다만 “순전히 재테크의 관점에서 보면 마테크는 증권시장과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부상, 병, 대진운 등 위험요인도 많다”면서 “단기간 내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경주 결과에 상관없이 즐기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여유를 갖고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위험 대비 높은 수익률의 원천은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는 자금의 수급 간 괴리가 발생하는 신용경색, 유동성 함정 등을 활용한 투자 기회의 창출”이라며 “마테크 외에도 이색 대체상품으로 2000년대 초 미국 내 기업에 투자한 사모투자펀드, 벤처펀드 중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탈출 시기를 놓친 세컨더리 펀드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4년째 매주 한 권의 역사서적을 탐독한다는 이 전무는 “역사와 금융은 끊임없이 반복된다”면서 “한국의 외환위기(IMF) 경험은 미 금융위기 때 더없는 투자 기회를 만들어줬듯 앞으로도 역사라는 큰 흐름 속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내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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