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문 닫고 잠실로…범외식인 10만명 결의대회
10만여명 운집1730여대 꼬리문 버스행렬
스피커선 연신 성토 목소리
“인건비·월세도 비싼데
한그릇 팔아 남는게 없어”
업주들의 요구는
수수료율 1.5%로 인하땐
年 5800억 절감 효과
종업원 3만여명도 고용가능
매입세액공제 법제화 요구도
수도권 일대 외식업 종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촉구하는 성토의 장이 됐다.
한국음식업중앙회(이하 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결의대회에는 전국 외식업 종사자 42만명 중 수도권 소재 10만여 업주가 참석했으며, 서울지역에서만 7만5000명이 동참했다. 특히 이날 집회를 위해 대절한 버스가 1730여대에 달해 운동장 일대는 꼬리를 문 버스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다.
잠실운동장은 이날 아침부터 사전행사 리허설을 하는 이들로 분주한 가운데, 대형 스피커에서는 연신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공식행사가 시작되면서 음식업 업주들은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의제(농수산물 등) 매입세액공제율 법제화, 외국인근로자 고용 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에서 산천어 식당을 운영한 적이 있다는 최현숙(59ㆍ여) 씨는 “인건비, 월세도 비싼데, 카드 수수료까지 떼어가 버리면 5000~6000원에 한 그릇 팔아서 남는 게 없다”며 “결국 3년 만에 장사를 그만뒀는데, 요식업 하는 사람들 마음을 알 것 같아 행사 도우미로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간 70조원이 넘는 거대산업으로 자리 잡은 요식업에는 경제활동인구의 11%인 300만 종사자들의 생계가 걸려 있다. 올해 상반기 2만8098개소가 가게문을 열었으나, 휴폐업 음식점은 15만3787개소로 5배를 넘고 있다. 그만큼 영세업주들이 가게를 운영하기에 힘겨운 조건에 처해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카드 매출이 49조원이고 카드수수료율을 지금과 같은 2.7%라고 가정한다면, 수수료로 지급되는 금액은 1조3000억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수수료율을 1.5%로 떨어뜨렸을 때 5800억원이 절감되며, 이는 연봉 1800만원인 식당 종업원 3만2000여명을 신규로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음식업 업주들이 제기하는 의제매입세액공제율도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다.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농수산물을 매입한 경우, 매입세액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일정액을 공제받고 있다. 현재 음식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2년 단위 일몰(기간 만기)제를 적용, 2012년 12월 31일까지 108분의 8(약 7.4%)로 한시적으로 완화해주고 있다. 중앙회는 한시 적용이 아닌 상위 규정인 부가가치세법으로 법제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지금의 관행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서명운동, 음식사격 현금할인, 카드거절운동 전개 등 점진적으로 행동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카드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회는 이날 결의문을 환경부ㆍ고용노동부ㆍ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행사로 예상됐던 ‘점심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앙회는 자발적 휴업을 유도했지만, 강남 일대 업주들은 종업원만으로 가게문을 열고 여느 때처럼 점심 손님을 맞았다. 송파구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이영자(72ㆍ여) 씨는 “작은 가게를 하고 있는데, 나이 먹은 우리라도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면서도 “사람을 구해서 가게 문을 열고 오늘도 장사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ㆍ이소희 인턴기자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