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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물과 판타지가 만났다, ‘뱀파이어 검사’
수사물과 판타지의 조합, 이것은 전혀 새로운 드라마다.

뱀파이어가 돼 죽은 자의 피를 마시며 생명을 연장한다. 그 ‘고통의 피’를 나누며 누군가에 의해 피투성이가 된 가련한 망자의 마지막 순간도 함께 받아들인다. 이른바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유도 존재도 알 수 없는 살인마, 한 핏줄이나 다름없이 자란 어린 여동생의 죽음과 묘하게 맞닿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시청자들은 수많은 수사물을 만나왔다. 검사가 됐든 부검의가 됐든 형사가 됐든 모두가 하나의 진실을 향해 좇았고 그 안의 끊임없는 부조리를 만났다. 여기까지는 천편일률적인 수사물의 과정. 그러나 이것은 다르다. ‘뱀파이어 검사(케이블 채널 OCN)’는 여기에 또 하나의 매혹적인 소재를 더했다. 제목에서 드라나듯 ‘뱀파이어’다.

한 때 세계는 ‘트와일라잇(Twilight, 2008)’이라는 뱀파이어 시리즈물에 열광했다. 핏기없는 창백한 사람들, 거기에 ‘렛미인(Let me inㆍ미국판, 2010)’에서는 어린 소년소녀들을 앞세워 뱀파이어 신드롬에 불을 지폈다. 금세 깨어질 듯한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로 펼쳐냈다. 영화관에서 관객들은 열관했다. 닿을 수 없는 곳을 그리는 무한한 판타지의 세계, 영화라는 비현실을 통해 오로지 가능했던 그것은 이제 가장 밑바닥 현실에 발을 댄 범죄수사물과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강렬하고 차가운 상상력의 소재가 결부된 탓에 기존의 수사물의 틀을 벗어나고 있는 ‘뱀파이어 검사’는 때문에 더 매혹적인 드라마가 되어 부정부패(‘부당거래’)했거나 정의롭지만 단순무식한(‘대물’)검사는 온데간데 없고 미스터리한 사건의 이면까지 눈앞으로 펼쳐보이는 얼음검사 민태연(연정훈)만이 존재하게 됐다.



뱀파이어 이미지를 품기 위한 연정훈의 노력도 있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무려 5kg의 체중을 감량해 슬림하고 날렵한 모습을 선보였다. 짧게 자른 머리와 다소 시크한 스타일은 스스로 ’빅뱅의 지드래곤을 참조했다‘고 했을 만큼 공들인 스타일로 이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날카롭게 모아진 시선과 턱선은 연정훈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거세하고 온전히 뱀파이어 검사의 느낌만을 남겼다. 하지만 그 안의 고뇌는 인간세상에서 살면서 인간을 구원코자 하면서도 인간의 피를 마셔야만 생명을 이을 수 있는

거기에 더해진 스토리 역시 압권이다. 이제 겨우 3회차이지만 ’범죄의 재구성‘이라 불릴 만큼 탄탄하고 집요한 스토리텔링과 검사와 형사간의 신경전도 볼만하다.

특히 3회 방송분에서는 현실에서 숱하게 벌어지는 ’발바리 사건‘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는 시작과 함께 친구의 원룸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한 여성의 시신을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시선을 모았다. 여기저기 흩어진 단서들은 필시 강간ㆍ살해를 연상시키는 상황. 이는 사회면에 수도 없이 오르내리는 실제 사건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이 과정에서 검사는 검사대로의 형사는 형사대로의 각기 다른 수사 방향과 원칙을 내세워 대립각을 세우는 신경전도 드라마를 접하는 또다른 재미가 됐다.

수사물과 판타지의 조합으로 새로운 장르물을 개척한 ‘뱀파이어 검사’는 지난 2일 첫 방송된 후 16일 방송분에서 평균시청률 1.9%, 최고시청률이 2.7%까지 오르며 동시간대 모든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 중 1위에 올랐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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