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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조 혈세받고 살아나 자신들 성과로 본다면 금융권 있을 자격없다
“금융권은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권을 향해 그간 담아왔던 속내를 털어놨다. 1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다. 무겁고 거침없는 발언이다. 탐욕스러운 금융인들이란 인식에 차이가 없다. 오히려 15일 여의도를 점령(occupy)할 서민들보다 강도가 높다.

그가 이처럼 강도 높게 발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가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 175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점이 심상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재벌이 없는 미국에선 월가로 비난이 쏟아지고 부자들로 옮겨갔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대기업으로 화살이 옮겨갈 게 뻔하다. 일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IMF를 최일선에서 경험한 그로서는 미연에 금융부터 방지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감지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회사 통제권을 가진 금융당국 최고 수장의 말은 힘을 갖는다. 금융회사들이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야만 하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도 가진 자에 해당한다는 생각이다.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이후 금융권의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정당한 성과와 보수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인정하고 공감할 수준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자리가 줄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판국에 단기 경영성과를 빌미로 금융권이 배당잔치를 벌이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표본”이라고 질타했다.

외환위기 당시 160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피와 땀(공적자금)으로 살아났으면서 오늘날 건전해진 것을 자신들의 성과로 보는 금융회사는 “금융권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어려울 때를 대비해 돈 빌려 오라 해도 통하지 않는다. 미리 빌려서 비용을 떠안기보다는 나중에 해서 기업에 떠넘기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최근 외화자금 조달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느낀 불만을 토로했다. 은행들이 자기만 살기 바쁘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회사의 사명은 기업을 지키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은행은 국민부담, 정부지원으로 존재한다. 이에 상응하는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면서 “경영지배구조개선법에 투명한 장치를 넣어 (금융지주회사) 회장이나 행장이 경영권을 남용해 의사결정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카드사의 수수료 체계도 문제삼았다. 금융위는 지난 12일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을 불러 업계의 자율적인 수수료 체계 개선을 당부했고, 즉각 카드사 사장단 회의가 소집돼 후속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약자 배려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치하고 관련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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