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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라우드 펀딩, 나도 공연 투자자!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펀딩방식(A NEW WAY TO FUND AND FOLLOW CREATIVITY).’ 미국의 대표 크라우드 펀딩사이트인 ‘킥스타터’의 메인 문구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혹은 소셜 펀딩(Social Funding). 대중에게 직접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문화 예술 영역에서는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를 소개하면 후원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십시일반 후원하는 소액 기부 프로그램을 뜻한다. 특히 최근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크라우드 펀딩이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기부는 투자와 결합돼 유쾌하고 흥미로워졌다. 자금이 부족한 예술가들은 창작의 기반을 한결 쉽게 확보할 수 있어 윈윈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발레 설치미술 음악…국내 크라우드 펀딩 확산=국내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은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호두까기 인형’ 제작비 가운데 무대 의상 자금을 소셜 펀딩으로 충당했다. 당초 목표 금액은 1000만원. 하지만 예정보다 일찍 1066만원을 끌어모았다. 올해 말 무대에 올리는 이 공연에는 노숙인들이 배우로 참여할 계획이다. 서울발레시어터의 스테디셀러인 ‘호두까기 인형’에 투자해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노숙인 배우들의 데뷔 무대를 지원한다는 의미도 있다. ‘기부’와 ‘투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신개념 기부 문화다.

지금도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실내 관현악단인 하트 시각장애인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미국 뉴욕 공연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20일까지 500만원 이상 모이면 하트 오케스트라의 뉴욕 카네기홀 공연을 위한 단원들의 항공료로 활용된다.

기업가들도 크라우드 펀딩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크라우드 펀딩을 차세대 비즈니스 투자 모델로 보고 뛰어드는 사업가들도 늘고 있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는 디스이즈트루스토리(www.thisistruestory.co.kr), 펀듀(www.fundu.co.kr), 텀블벅(www.tumblbug.com) 등이 있다. 사업 성격은 아니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도 주도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중개한다.

국내 후원은 주로 예술영역의 독립영화나 신인 가수에게 집중된다. 창작자는 작품의 기획 의도와 배우 소개, 향후 활동 계획까지 상세하게 적고, 기간 내 목표금액을 제시한다. 목표액에 도달했을 때 보상 방식도 다채롭다. 예컨대 지난 6월 디스이즈트루스토리에서 200만원 펀딩에 성공한 독립영화 ‘종이’의 경우 3만원 이상 후원 시 ‘감독과의 Q&A 시간’, 12만원 이상은 ‘감독과의 저녁식사’, 36만원 이상 기부에 ‘나만의 상영회 개최’ 등 각기 다른 보상을 내걸었다.

▶美 매달 70억달러 이상 모금, 10~1000달러까지 원하는 대로=2008년부터 크라우드 펀딩이 각광받은 미국의 경우 국내에 비해 콘텐츠도 다양하다. 설치미술, 영화, 뮤직비디오, 소설, 만화책, 달력 등 각 예술 분야 창작자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넘친다.

대표적 소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www.kickstarter.com)나 인디고고(www. indiegogo. com)에서는 한 달에 70억달러 이상 모금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킥스타터는 예술단체나 개인이 모금의 중개를 요청한 1만626개의 프로젝트에 대해 모두 7500만달러의 지원을 성사시켰다. 후원자 수만 81만명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셜펀딩 중개사이트다.

▶페이스북 세대 SNS 입소문 효과 톡톡=소셜 펀딩이 가능하게 된 기반은 역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빛나는 콘텐츠가 있어도 당장 자금이 없어 첫발을 내딛지 못하는 창작자들이 직접 기부자들을 만날 수 있는 오픈 마켓이 조성된 것. 영국의 BBC는 크라우드 펀딩의 등장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관계를 맺고(get involved) 이를 촉진시킬 줄(promote) 아는 ‘페이스북 세대’의 등장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소셜 펀딩 사이트에 프로젝트가 게시되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다.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창작자는 즉시 제작에 착수한다. 종전에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나 투자 자문사, 기획사 등을 찾아 헤매느라 시간을 허비했지만 이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직접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제 기부도 투자처럼, 기부의 엔터테인먼트화=100% 기부가 아니라는 점도 발상의 전환. 소셜펀딩은 일종의 소설 커머스와 기부를 접목한 형태로, 기부자에게 무조건적인 헌신을 요구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100% 기부도, 100% 투자도 아닌 ‘반(半) 기부, 반(半) 투자’다.

기부자로서도 기부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재미있는 실험이다. 문화예술 전문 소셜 펀딩업체 ‘엔클코리아’의 경우 투자 금액에 따라 각종 행사 참여나 VIP 초대권 제공 등 다양한 형태로 기부자에게 혜택을 돌려준다. 물론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소셜 펀딩은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떠나 예술가들의 실험 정신을 북돋우는 기폭제가 된다. 거대 제작사나 기획사가 스타 시스템으로 빚어내는 결과물과 전혀 다른 감각의 창의적인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다. 다양성이 질식해가는 가운데서도 ‘문화 다양성’을 위한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작 후 유통은? 한계점 보완돼야=이 같은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소셜 펀딩이 가야 할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일단 자금을 모아 작품을 제작할 수 있지만 그 이후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문화 예술계는 고도로 산업화돼 있다. 거대 기획사의 작품들이 탄탄하게 다져진 유통 구조를 따라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체계다. 특히 영화는 기획부터 제작 상영까지 수직 계열화가 촘촘하게 완성돼 있다. 소셜 펀딩으로 영화를 제작한 이후 유통로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또 불순한 동기를 가진 경우 투자금만 챙기는 ‘먹튀’ 사례가 생길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투자자와 창작자 사이에 신뢰가 무너진다면 소셜 펀딩은 일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민간이든, 공공기관이든 크라우드 펀딩을 추진하는 경우 계획안은 물론 창작자의 꼼꼼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 나아가 기부자가 직접 콘텐츠에 관여하는 발전된 모델도 고려 대상이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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