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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내사갈등’ 재현, 수사권 조정 제3라운드 시작
검찰 “내사 범위 줄이자” 공격에 경찰 “수사권 조정 무의미” 반발

‘내사’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간의 수사권 조정 갈등이 다시 재현됐다. 법무부와 검찰이 경찰의 내사(內査) 범위를 대폭 줄이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시행령 초안을 마련해 10일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것으로 11일 확인된 가운데 경찰 일선에선 ‘수사권 조정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마련한 시행령 초안에 따르면 경찰이 검찰의 지휘 없이 할 수 있는 내사의 범위는 초기 탐문과 정보 수집으로 제한된다. 경찰이 내사로 범죄 혐의를 인식한 뒤에는 지체 없이 입건을 하도록 했다. 다만 보완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줄 방침이다.

그러나 참고인에 대한 소환조사나 압수수색영장을 통한 계좌추적은 모두 내사 단계가 아닌 수사 개시 단계로 봐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지금까지 검경은 피의자 입건 전 단계인 ▷주변인 탐문과 정보 수집 ▷증거 수집과 계좌추적 등을 위한 압수수색 ▷참고인 소환조사 등을 수사 관행상 모두 내사로 분류해 왔다. 결국 법무부는 내사의 범위를 줄여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적인 부분을 비켜간 셈이다.

범죄 혐의가 입증되면 경찰은 범죄자를 피의자로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하도록 한 점은 현행과 같다. 그러나 초안은 수사 개시 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불입건하는 경우에도 그동안의 조사 기록을 모두 검찰로 보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이 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경찰의 내ㆍ수사 권한과 실제 수사활동이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어 경찰의 조직적 반발이 예상된다. 경찰은 일단 조직간의 갈등을 보이는 것이 좋을 것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공식적인 반발은 유보한 상태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외부 행사 참석차 경찰청을 떠나는 길에 굳은 표정으로 “말을 하려면 할 말이 많지만 지금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서로에게 보탬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기관 간 이견 조율 과정에서 결국 옳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안을 제시받은 일선 경찰의 충격은 작지 않다. 서울시내 일선 경찰서의 한 과장은 “이번 법무부안은 국회 합의도 무시하고 그냥 수사권 조정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애초 국회에서 법률 통과할때 ‘법무부령’으로 통과됐다면 꼼짝없이 당할뻔 한거 아니냐”며 씁쓸해했다.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법무부와 검찰이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시행령 초안은 6월 말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이 초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경찰과 상의를 거친 적도 없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공무원 입건 때는 검찰에 사전 보고하도록 한 규정을 두고 경찰의 비판이 거세다. 한 경찰 관계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 권력을 견제하자는 것이 개정 법안의 기본 취지인데 여기서 후퇴한 것”이라며 “검찰도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나 정치적 기획수사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초안은 지난 6월 말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른 것으로 검찰과 경찰의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새로 조정된 수사권의 구체적인 시행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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