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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가 곧 기회’…‘토키시대가 열렸다, 영화산업이 달라졌다’
절박했지만 단순한 시작이었다. 불황인 영화산업, 그것으로부터의 탈출구였다.

그렇다고 쉬운 접근은 아니었다.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던 일이 이제서야 스크린 안에서 펼쳐진 것을 두고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음향의 도래가 위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믿어왔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제서야 관객들은 배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가장 처음으로 듣게 됐던 영화 속 배우의 목소리는 “잠깐, 잠깐만. 아직 넌 아무것도 못들었다니까.(Wait a minute.Wait a minute.You ain‘t heard nothin’ yet)”였지만 1927년 ‘재즈싱어’는 이 한 마디로 토키(Talkie, 유성영화)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싱어’=1927년 10월 6일, 그날은 영화 역사에 새로이 기록될 만한 날이었다. 또 영화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에 있어서는 보다 탄탄한 미래를 분양받게 해준 날이었다.

당시는 무성영화의 지배가 파괴적으로 변모해갈 무렵이었다. 영화산업은 이미 위기에 몰려있었다. 변사의 등장으로 영화에 해설을 입혔고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한 라이브로 음악까지 얹었지만 ‘라디오’의 등장으로 인해 무성영화의 대중적 인기는 점차 쇠락의 기로에 놓기게 됐다.


이 즈음 워너브라더스 픽처스 역시 사정이 좋지 않았다. 1923년 설립된 이 회사가 위기의 상황에 고심해 내놓은 것은 바로 영상과 음향의 조화였다. 1926년 ‘돈 주앙 Don Juan’은 바이타폰(워너브라더스의 음향 시스템;디스크식 발성 영화기, vitaphone)을 이용해 만든 음악이 삽입됐다. 최초의 음향이 들어간 영화로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은 완벽한 토키영화는 아니었다. 배우들의 생생한 소리를 담은 것은 그로부터 1년뒤 ‘재즈싱어’를 통해서다.

10월6일 개봉한 최초의 유성영화로 기록된 ‘재즈싱어(The Jazz Singer)’는 음악과 대사를 화상에 일치시킨 첫 작품이었다. 하지만 필요한 부분에 의도적으로 음향을 삽입했다는 부분에서 아마도 당시의 관객들은 영화 전반에 섞여든 배우의 목소리가 낯설었을 것이다. “잠깐, 잠깐만. 아직 넌 아무것도 못 들었다니까”라는 짧은 대사는 마치 멀리 떨어진 다른 관객의 말소리와 같았다. 그럼에도 영화를 통해 소리가 들린 순간 숨을 죽인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새로운 영화산업을 직감한 숨죽임, 이것이 바로 유성영화의 시작이었다.

워너브라더스 픽처스는 ‘재즈싱어’를 통해 35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간판을 내릴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이 영화사는 수십계단을 뛰어올라 할리우드의 영화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영화사로 성장하게 된 것 역시 이 때였다. 위기를 자초했던 영화시장에 생기가 넘치에 된 것 또한 유성영화 시대의 개막을 알린 이 영화 덕분이었다.

일석이조, 일거양득이 따로 없었다. 제작사뿐 아니라 극장주들 역시 비용절감 효과를 두루 보게 됐다. 대형 오케스트라를 캐스팅해 라이브 음악을 연주할 필요가 없었기에 그들에게 배분되는 지출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워너브라더스 픽처스는 1928년 완벽한 토키영화인 ‘뉴욕의 불빛’을 통해 자리를 잡고, 1929년 토키 컬러 영화인 ‘온 위드 더 쇼 (On with the show)’를 제작하는 것을 계기로 대형 영화사로 성장하게 됐다. 이후 1930년에 이르면 해마다 100여편의 영화를 제작, 미 전역 360개, 전세계 400개 이상의 영화관을 지배하는 대형 영화사로 우뚝 서게 된다.

▶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위기에서 시작된 것은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의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역시 유성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다.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가 1928년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라는 이름으로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 시대를 알린 것이다.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애니메이션은 버스턴 키튼의 영화 ‘증기선 빌(Steamboat Bill)’의 줄거리를 차용해 탄생하게 됐다. 


불과 7분 30초의 짧은 애니메이션은 미키 마우스의 3번째 출연작품이지만 미키 마우스를 전세계의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첫 작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월트 디즈니 사에서는 미키 마우스의 생일을 ‘증기선 윌리’의 개봉일인 11월 18일로 정해두고 있다.

얼굴만큼 커다란 신발을 신고 바다를 항해하는 큰 귀를 가진 생쥐, 발을 연신 까딱거리고 휘파람을 불고 있는 이 귀여운 생쥐는 3수 끝에 짜릿한 성공을 맛보게 됐다. 거기에 세계 최초로 소리를 입고 등장한 애니메이션, 이로 말미암아 월트 디즈니는 당시 애니메이션 산업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펠릭스 고양이의 ‘팻 설리반’을 제치고 메이저 애니메이션 회사의 기틀을 잡게 된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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