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스타K’는 내 인생 최고였다. 그게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 그 꼬리표를 떼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신인 가수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지만, 마음가짐은 조심스럽다. ‘슈스케’ 때가 비교적 자유로웠다면 지금은 신인이라 조심해야 한다.”
허각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발라드 가수로 가창력은 좋았지만 음색이 평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음색의 희소가치가 크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허각 발라드의 호소력은 점점 빛을 발한다.
“당시 흔한 발라드라는 말이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다른 음색을 만들고 찾으려고 고민도 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를 부르면서 그 고민은 사라졌다. 그 노래 작곡자 전해성 씨께 감사드리고 싶다. 성대를 심하게 긁는 방식이 아닌, 감성적이면서 미성을 새롭게 개발하게 해준 분이다.”
허각은 “나는 악기를 못 다루고, 음표도 잘 못 본다. 그래서 음색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목소리를 다양하게 해서 부르고 싶다. 이 문제는 앞으로 계속 숙제”라고 했다. 허각의 발라드는 애절함에서 호소력이 느껴진다. 허각의 감성전달법은 어떤 것일까?
“감성전달법이라기보다는 그냥 배우고 있다. 음악 지식이 적어 음악을 들을 때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또 어렸을 때 한 연애, 사랑을 떠올리면서 노래한다. 요즘 세대가 일주일만 만나도 사랑이라고 한다. 나는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했다. 그만큼 상처도 컸다. 이런 연애 경험이 결과적으로 슬픈 노래의 감성을 싣는 데에 도움이 된다.”
허각은 발라드나 감성전달에 대한 질문에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다른 질문에는 단답형으로 말해도 발라드 감성에 대해서는 꽤 오래 설명했다. 그는 “발라드 가수는 감성이 가장 중요하다. 감정 과잉은 싫증나고, 너무 약해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승철 선배를 좋아한다”면서 “가사를 떠올리면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른다. 진실성을 전달하는 게 쉽지 않다. ‘헬로’를 부를 때는 노래를 잘하려고 하지 않고 감정을 움직여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슈퍼스타K 2’에 참가하기 전 쇼핑몰이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 노래 한 곡당 3만원 정도를 받았다. 월요일은 쉬고 매일 나갔는데 한 달 수입이 70만원 정도였다. 이것만으로 생활이 힘들어 환풍기 수리공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것이다. 중졸이라는 학력이 사는 데 걸림돌이 됐다.
“생산직에 들어가려고 해도 학력, 아르바이트하는 데에도 고졸은 돼야 했다. 가슴이 아팠다. 어깨 너머로 워드프로세서를 배웠는데, 일반 사무직에는 가지 못했다. 결국 육체노동을 했다. 환풍기 수리도 그렇게 시작했다. 친구 아버지가 사장이고 친구가 소장이기에 나를 직원으로 데려다 쓴 거다. 요즘 ‘불후의 명곡 2’의 MC 신동엽 선배가 나를 ‘허 대리’로 부르는데, 그때 직함이 실제로 허 대리였다.”
허각은 이번 앨범활동을 끝낸 뒤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 진학도 할 계획을 세웠다. 소속사의 도움과 배려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열의만큼은 대단하다. 더 유명해지면 변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질문을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유명해지면 변할 것 같다. 환경이 변하니까 적응해 나가야 한다. 돈 3만원 받고 노래할 때와 지금은 다르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그럼에도 벌써 친구들을 많이 잃었다.”
허각은 ‘슈퍼스타K 2’ 때 공개한 여자친구와 이별한 것에 대해서도 ‘잘되고 나서 여자친구를 찼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그는 “모두 그렇게 생각하실 거다.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고도 싶다. 그 후 그 친구가 받을 상처와 후폭풍을 생각하면 자제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허각은 ‘슈퍼스타K 3’에서 지나치게 적극적인 성격과 독특한 음색으로 화제가 된 신지수와 어린 시절(신지수가 4살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다. 부모끼리 아는 사이이고, 같은 교회에 다녔다.
허각은 “쉰소리 나는 신지수의 음색은 18살 목소리는 아니다. 그런데 신지수는 나랑 똑같다. 직설적이고 털털하다. 내가 ‘여자 허각’이라는 소리만 듣지 말라고 했다. 조장을 하면서 팀원 얘기를 많이 듣고 자신의 이야기는 줄이라고 충고했는데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나는 슈퍼위크때 아무 말 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의 ‘슈스케 2’ 우승은 운, 상황,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 ‘슈스케 3’에 나간다면 예선에서 탈락할 정도로 쟁쟁한 참가자가 많지만 너무 경쟁하려는 모습은 안타깝다”고 했다.
허각은 “인생 멘토가 이승철, 김범수, 인순이 선배로, 다들 가창력과 무대매너가 대단하신 분이다. 나도 그분들처럼 노래 잘하는 가수, 롱런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ㆍ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